긴 시즌을 치르다보면 중요하게 느껴지는 포인트, 타이밍이다.
우선 상대적 대진운. 어느 시점에 어떤 팀을 만나느냐에 따라 총 몇승이 더해지기도 하고 빼지기도 한다. 에이스급 선발진과 타격사이클이 좋은 하위팀은 무섭다. 반면, '땜방 선발' 순서나, 타격 사이클이 좋지 않은 경우 상위팀이라도 해볼만 하다.
비와의 궁합과 타이밍도 있다. 부상병이 속출하고 선발 로테이션이 무너졌을 때 우천 취소는 단비다. 하지만 우리 팀 전력이 짱짱하거나, 상대 팀 전력이 좋지 않을 경우 비는 썩 반갑지 않다.
유독 잦은 우천 취소를 겪고 있는 KIA는 어떨까. 비를 보는 시선. 상대적이다. 전반기에는 최다 우천 취소가 싫지 않았다. 부상 이탈 선수도 많고 외국인 투수도 오락가락하던 불완전 전력의 시기. 가급적 시즌 끝자락에 소화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분위기가 살짝 묘해졌다. KIA는 여전히 불완전 전력이다. 중심타선인 L-C-K포가 해체됐다. 하지만 선발투수진은 정반대다. 8개구단 중 최강을 자랑할 정도로 게이지가 풀로 올라왔다. 15일 현재 후반기 17경기 중 퀄리티스타트가 무려 14차례. 평균자책점 2.72에 이닝당 출루허용율(WHIP)은 1.13에 불과하다. 8개구단 으뜸 수치다. 손영민 한기주 가세 이후 불펜도 점차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야구는 투수놀음'인지라 안정감을 찾은 마운드는 이길 확률을 높인다. 타선의 득점력이 아무리 약해도 말이다. 게다가 선발 투수들에게는 로테이션 주기에 맞춘 규칙적 등판이 가장 좋다. 너무 오래 쉬는 것도 독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후반기 에이스급 피칭을 이어가고 있는 KIA의 외국인 듀오 소사와 앤서니가 그렇다. 로테이션 주기를 넘어 오래 쉬면 결과가 좋지 못하다는 점이 이미 입증됐다. 서재응 선발 경기였던 지난 10일 광주 롯데전이 비로 취소되자 미루지 않고 예정대로 11,12일에 각각 소사와 앤서니가 마운드에 올랐던 이유다. 윤석민 서재응 김진우 등 토종 선발 역시 로테이션 주기가 길어졌다 짧아졌다하는 것은 밸런스 유지에 좋지 않다.
최근 비 소식은 얄궂다. 결과적으로 KIA에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 주중 넥센에 스윕을 하는 등 5연승으로 기세를 올리던 차. 주말 3연전 상대였던 롯데는 에이스 유먼이 등판하지 못하는데다 사흘 중 하루는 '땜방 선발'이 나서야 할 상황이었다. 10일 우천 취소가 롯데에 유리하게 작용한 셈. 얼떨결에 롯데에 2경기를 모두 내주고 상경한 KIA는 14일 잠실 LG전마저 5-2로 앞서던 중 폭우로 노게임 처리됐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비가 훼방을 놓는듯한 찜찜함이다.
최상의 상태로 영점 조준을 한 상태에서 후반기를 산뜻하게 출발한 KIA 선발 로테이션. 4강 행의 주 동력이 자칫 비에 영향을 녹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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