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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 '박종우 이메일 미스테리', 왜 공개 않나

by 김성원 기자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10일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2대0 승리하며 동메달을 획득했다. 승리가 확정되자 박종우가 그라운드에서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20120810카디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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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또 악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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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가 제67주년 광복절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국 축구는 숙적 일본을 꺾고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환희와 감동은 여전히 물결친다.

그러나 축구협회가 또 무리수를 뒀다. 일본축구협회에 보낸 '박종우 독도 세리머니' 해명 이메일이 논란이 되고 있다. 원만한 해결을 위한 행보였다고 하지만 안일한 현실 인식에 민심은 단단히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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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니 구니야 일본축구협회장은 13일 일본 취재진에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 명의로 '미안하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하겠다'는 사죄와 재발 방지를 강조하는 내용의 이메일과 팩스를 받았다"고 언론에 브리핑했다. 산케이, 마이니치,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이 14일 이를 보도했다.

사태가 심각한 방향으로 흐르자 축구협회가 '오보'라며 발끈했다. 축구협회는 "정치적 의도나 계획성이 없는 우발적인 행동임을 설명하기 위하여 보낸 통상적인 문서였다. 상호간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향후 노력하자는 내용을 일본축구협회에 전달했다"며 "사죄 운운한 것은 일본 언론의 명백한 오보다. 문서에 포함된 '올림픽 도중 일어난 사건에 대하여 유감의 뜻을 전하고자 한다 (to cordially convey my regrets and words for the incident)'는 통상적인 외교수사로 이를 확대 해석한 일부 외신의 보도내용은 축구협회의 뜻하는 바와 다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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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 후에는 다이나 회장 명의의 회신이 도착했다며 일부를 공개했다.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축구가 동메달을 획득한 것을 축하한다. 이는 아시아 축구의 업적인 동시에 세계 축구팬들에게도 강력한 인상을 남긴 것이었다. 올림픽 동메달결정전 직후 발생했던 문제는 불행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본축구협회와 대한축구협회는 오랜 기간 좋은 관계를 지속해 왔으며, 앞으로도 축구 발전을 위한 우호관계를 계속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늘 그랬지만 한-일 관계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논란을 재생산할 필요가 없다. 축구협회는 "'사과(apology)'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유감(regret)'이란 단어를 쓴 것을 일본이 확대 해석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말만 무성할 뿐이다.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은 원문 전체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점이다. 뭔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축구협회는 외교문서라 공개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사태가 이 지경이면 속시원하게 해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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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선택도 문제다. 상식은 통하지 않았다. 정치권이나 외교가에서 '사과(apology)'라는 말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사과 대신 늘 등장하는 단어가 '유감(regret)'이다. 상대 쪽에선 외교적인 수사가 아닌 사과로 해석할 수 있다. 국제 사회가 축구협회의 '유감(regret) 표현'을 '정치적 시위'로 인정하고 사과한 것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자충수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외교가는 물론 정몽준 축구협회 명예회장도 불필요한 행동이었다는 인식이다. 정 회장의 측근은 "이메일을 보내 해명을 했다는 소식에 무척 화를 냈다. 이번 사건은 국제축구연맹(FIFA)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관련된 사항이지 일본축구협회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다. 일본축구협회에 이메일을 보내 해명할 필요는 없었던 일"이라고 했다.

박종우는 11일 런던올림픽 일본과의 동메달결정전 직후 관중에게 건네받은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적힌 종이 피켓을 들고 환호했다. 그러나 IOC는 그의 행동이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는 올림픽 헌장에 위배된다고 판단,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동메달 수여를 미루고 있다.

축구협회는 16일 FIFA에 경위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적극적인 해명을 위해 김주성 사무총장이 15일 출국했다. 하지만 비리 직원 특별위로금 지급, 에닝요 귀화 논란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축구협회의 경솔한 행정은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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