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013시즌 개막을 하루 앞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여느 시즌이었다면 우승팀을 예측하고 주요 영입 선수들을 살펴보는 것으로 후끈 달아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단 한명의 선수 때문이다. 바로 로빈 판 페르시. 지난 시즌 아스널에서 30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올랐던 판 페르시는 16일 맨유로 전격 이적했다. 그 후폭풍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아스널 팬들은 단체 멘붕 중
아스널 팬들의 배신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아스널 팬들에게 판 페르시는 '애증의 대상'이다. 2004년 아스널은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에서 유망주 판 페르시를 영입했다. 데니스 베르캄프의 뒤를 이어 주기를 바랐다. 판 페르시는 출중한 기량으로 아스널의 기대를 충족하는 듯 했다. 하지만 잦은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툭하면 다치면서 병원 신세를 졌다. '유리몸'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판 페르시가 아스널 팬들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한 것은 2011~2012시즌이었다.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소화했다. 리그에서 30골을 포항해 37골을 넣었다.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바르셀로나로 떠나고 사미르 나스리가 맨시티로 간 상황에서 판 페르시는 홀로 팀을 이끌었다. 시즌 초반 하위권까지 추락했던 아스널을 3위로 마치게 한 것도 판 페르시였다. 아스널 팬들에게는 영웅이었다.
하지만 영웅이 팀을 떠났다. 그것도 오랜 기간 대립각을 유지해온 맨유가 행선지였다. 배신감이 컸다. 단체 멘붕(멘탈붕괴라는 은어로 정신적 공황상태를 뜻함)에 빠졌다. 즉각 행동에 나섰다. 유튜브에는 아스널 팬들이 판 페르시의 유니폼을 화형시키는 동영상이 올라와있다.
맨유에서 성공할까
이제 관건은 맨유에서의 성공 여부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판 페르시 영입에 크게 기뻐했다. "판 페르시와 같은 수준의 선수가 합류한 것은 엄청난 일이다. 정말 기쁘다"고 밝혔다.
기대는 크지만 성공 가능성과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 아스널과 맨유는 다르다. 아스널은 모든 것이 판 페르시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미드필더들의 패스 종착점은 판 페르시의 발이었다. 하지만 맨유에서는 아스널처럼 팀의 중심이 되기 힘들다. 웨인 루니가 있다. 쟁쟁한 경쟁자들도 넘친다.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와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있다. 퍼거슨 감독은 냉철하다. 제 아무리 판 페르시라도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 가차없다.
맨유 특유의 팀 스타일에도 적응해야 한다. 판 페르시는 짧은 패스를 구사하는 축구에 익숙하다. 페예노르트와 아스널이 그랬다. 철저하게 짧은 패스 위주의 팀이었다. 맨유는 조금 더 투박하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로서 아스널에서보다 더 많이 궂은 일을 해야 한다.
아르센 벵거 감독의 혜안도 넘어서야 한다. 벵거 감독은 판 페르시가 이별을 암시했을 때 적극적으로 잡지 않았다. '가고 싶으면 가라'는 느낌이었다. 벵거 감독은 선수와의 이별 시기를 잘 짚는다. 파트릭 비에이라와 프레드릭 융베리 그리고 티에리 앙리 등도 벵거 감독과 결별한 뒤 경기력이 뚝 떨어졌다. 어쩌면 벵거 감독은 판 페르시의 경기력 저하를 예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판 페르시로서는 실력으로 '벵거의 혜안'을 극복해야만 한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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