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롯데와 SK의 연장승부가 비로 인해 중단이 됐었다면 그대로 SK의 승리가 됐을까.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SK의 경기. 연장 10회까지 치르는 혈투 끝에 SK가 6대5 1점차 신승을 거뒀다. 포스트시즌을 방불케 한 양팀의 혈전은 경기 막판 내린 비 덕분에 더욱 처절했던 승부로 기억에 남게 됐다.
경기 종료 직전,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은 장면이 있었다. 5-6으로 뒤지던 롯데의 연장 10회말. 1사 1루 상황서 터진 박종윤의 2루타와 황재균의 고의4구로 롯데가 천금같은 만루 찬스를 잡게 됐다. 문제는 이 순간 빗줄기가 더욱 굵어졌다는 것. 김귀한 구심은 공을 똑바로 볼 수 없다는 제스처를 취하며 경기를 중단시켰다. 그러자 곧바로 롯데 양승호 감독이 뛰어나와 김 구심에게 격렬하게 항의했다. 보통, 비가 내려도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긴박한 상황에서는 경기를 진행시키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신사' 양 감독이 배치기까지 하게 만든 희대의 사건이었다.
심판진의 회의 끝에 곧바로 경기가 속개됐고 이에 SK 이만수 감독이 나왔다. 비가 와 정상적으로 경기를 치르기 힘든 상황에 중단 판정을 내렸는데 곧바로 경기를 재개시킨 심판진에 대한 항의 표시였다.
두 감독이 이렇게 항의를 한 것에는 공통된 생각이 반영돼있었다. 비가 계속 세차게 내리면 이대로 경기가 끝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는 착각이었다.
보통 경기가 치러지다 비가 내리면 강우콜드게임 판정이 내려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보통 경기가 5회까지 치러져야 강우콜드가 인정된다. 하지만 특수한 경우가 있다. 롯데-SK전 같은 경우다. 한 팀이 앞선 상황에서 경기가 중단되면 앞서고 있는 팀에 승리가 주어진다. 하지만 양팀의 경기는 상황이 달랐다. 5-5 동점인 상황에서 10회초 SK가 1점을 냈다. 그리고 10회말 롯데 공격에서 경기가 중단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칙을 찾아보면 결승점이 될 수 있는 점수가 난 경우에 비가 내려 경기가 중단된다면 어떻게든 홈팀의 말 공격까지 진행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이는 정규이닝, 연장에 관계없이 적용된다. 다시 말해, 이날 비가 많이 내려 더 이상 경기가 치러지기 힘들었다 해도 롯데의 10회말 공격이 끝까지 진행됐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앞을 분간할 수 없는 비가 계속 왔다고 치자. 그러면 경기는 서스펜디드 판정이 내려진다. 양팀은 다음날 오전 10회말 경기를 마저 치를 뻔 했다. 이날 곧바로 새로운 3연전에 돌입해야 할 양팀에는 치명타가 될 뻔 했다. 특히 SK는 부산에서 인천으로 이동을 해야 하는 날이었기 때문에 더욱 골치가 아파질 뻔 했다. 경기 결과를 떠나 양팀은 경기를 하루 안에 마친 것 만으로도 다행인 날이었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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