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매치 같지도 않은 A매치 때문에 고민만 늘어납니다."
K-리그 일선에서 결국 폭발했다. 김호곤 울산 현대 감독(61)이다. 실효성 논란만 키운 잠비아와의 친선경기에 대해 쓴소리를 냈다.
김 감독은 15일 잠비아전을 노심초사하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날 울산 선수들이 4명(곽태휘 이근호 김신욱 김영광)이나 선발 출전했다. 김신욱과 골키퍼 김영광은 풀타임을 소화했다. 이근호와 곽태휘는 각각 68분과 45분을 뛰었다. 집중호우로 인해 그라운드는 젖어 있었다. 평소보다 부상 위험이 배가될 수 있었다. 선수들이 넘어질 때마다 김 감독의 인상은 찌푸려졌다. 그럴 만도 했다. 누구보다 선수들의 체력 상태를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울산 선수들의 체력은 정상이 아니었다. 올시즌 개막 이후 매달 7~8경기를 치른 살인 일정 때문이었다. K-리그 뿐만 아니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와 FA컵까지 쉴틈이 없었다. 김 감독은 잘 버텨준 선수들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특히 이번 시즌 K-리그는 매 경기가 결승전이나 다름없다. 26일 30라운드를 끝으로 작동되는 스플릿시스템에서 그룹A(1~8위)에 포함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게다가 뜨거운 여름을 보낸 뒤라 체력은 더 고갈됐다. 악몽도 떠올랐다. 곽태휘는 6월 월드컵 최종예선 1, 2차전 이후 부분 골반 근육 파열로 신음했다.
김 감독은 빡빡한 소집시간도 꼬집었다. 김 감독은 "12일 대구전(1대1 무)을 모두 풀타임에 가깝게 뛴 선수들에게 13일 낮 12시까지 모이라는 연락이 왔다. 말이 되는가. 어차피 회복 훈련만 예정되어 있었는데 조금 소집시간을 늦춰줘도 되는 것이 아닌가.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한 선수들을 소집시키는 것이 과연 효과가 있겠는가"라며 강하게 불만을 터뜨렸다.
심지어 소집 당일 이동 수단까지 문제가 발생해 울산 선수들은 더 피곤했다. 선수들은 오전 8시 30분 서울행 비행기를 타려고 했다. 그러나 기상악화로 결항됐다. 집으로 돌아온 선수들은 오전 11시 비행기를 타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취소됐다. 결국 선수들은 비행기파와 기차파로 나눠 서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렇게 김 감독이 '철퇴'를 가하는 이유는 인천과의 K-리그 28라운드의 중요성 때문이다. 1위 FC서울(17승7무3패·승점 58), 2위 전북 현대(17승6무4패·승점 57)와의 승점차를 좁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울산은 14승7무6패(승점 49)로 3위에 랭크돼 있지만, 2위 전북과도 승점이 8점이나 차이가 난다.
하지만 첩첩산중이다. 당장 18일 인천전에 잠비아전을 뛴 선수들에게 체력 안배를 시키려 해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한 중앙 수비수 최성환이 최근 오른무릎 인대 파열로 시즌을 접었다. 곽태휘는 빼도 박도 못하게 출전하게 생겼다. 김영광도 예외는 아니다. 김승규가 손가락 골절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있는 탓에 주전으로 뛸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이재성과 김영삼이 부상에서 회복한 것을 위안삼고 있다. 휴식을 줘야 할 이근호와 김신욱의 공백은 외국인선수 하피냐와 마라냥이 채울 전망이다. 일본 J-리그 감바 오사카 출신 이승렬도 그라운드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대표 특급 듀오 이근호-김신욱의 파괴력만큼은 못 미덥다. "A매치 같지도 않은 A매치 때문에 고민만 늘어난다." '철퇴왕'의 이유있는 '철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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