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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 사과 문서 살펴보니 '굴욕 외교'와 '오점' 투성

by 하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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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축구협회가 은폐하려했던 과오가 낱낱이 공개됐다. 숨겼던 문서가 세상에 나왔다. 대한축구협회 일본축구협회에 보낸 '박종우 독도 세리머니' 해명 이메일 원문이 공개됐다. 안민석 민주통합당 의원을 통해 공개된 이메일의 전문을 살펴보면 굴욕적인 표현이 수차례 등장한다. 그동안 "'사과(apology)'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유감(regret)'이란 단어를 쓴 것을 일본이 확대 해석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보였던 축구협회의 해명은 자기 방어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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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공개된 원문에 답이 있었다. 굴욕적 외교였다. 먼저 제목을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는 행위(Unsporting celebrating activities~)'라고 적은 것을 보면 '독도 세리머니'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다. 또 대한축구협회가 국제축구연맹(FIFA)에 소명 자료를 제출하면 되는 상황에서 'regrets and words for the incident(이번 일에대해 유감을 표한다)'라는 표현을 써가며 일본 측에 사과의 메시지를 전달한 점도 문제다. 축구협회는 'regret'이라는 단어가 일반적인 외교적 수사 표현이라고 하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분명 사과의 의미다. 마지막에는 'kind understanding and generosity(너그러운 이해와 아량을 베풀어 달라)'며 선처를 호소해 잘못을 인정하는 한편 저자세로 일본과의 외교에 나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It should not happened(happen의 오기)'와 'korea(korean의 오기) national team players(player의 오기)' 등 공개된 문서에서 발견된 영문법 오기는 수치스러울 정도다. 이같은 굴욕 외교와 오류는 김주성 사무총장의 독단적인 행정처리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 시절에는 외교 문서를 작성할 당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표현의 차이나 뉘앙스까지 챙기는 등 철저하게 준비를 했다. 하지만 이번 문서는 어떤 파장을 낳을지 검토도 하지 않았고 실무 책임자의 의견도 수렴하지 않은 채 김주성 총장이 이끄는 국제국에서 독단적으로 판단해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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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는 지난 13일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이 동메달을 따낸 후 박종우가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적힌 종이 피켓을 들고 세리머니를 펼친 것에 대한 입장을 일본축구협회에 표명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미안하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하겠다'는 사죄와 재발 방지를 강조하는 내용의 이메일과 팩스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축구협회는 "사죄 운운한 것은 일본 언론의 오보"라며 "'올림픽 도중 일어난 사건에 대하여 유감의 뜻을 전하고자 한다 (to cordially convey my regrets and words for the incident)'는 통상적인 외교수사로 이를 확대 해석한 일부 외신의 보도내용은 축구협회의 뜻하는 바와 다르다"고 밝혔다. 주장은 모두 거짓이었다. 결국 문서를 숨기며 해명에만 급급했던 축구협회의 위선이 또 만천하에 공개 된 셈이다. 저자세 외교와 오기 투성인 외교문서는 축구협회의 수준을 보여주는 자화상이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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