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40세)을 넘겼다.
하지만 그라운드에서 펼치는 그의 선방쇼만 보고 있으면 41세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잘 한 것도 없는데 인터뷰라뇨?" 19일 전북-제주전(3대3 무)에서 무실점 경기를 하지 못한 아쉬움에 대한 자책이었다. 그만큼 매 경기마다 팀 성적에 강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팀 내 최고참이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도 있었다.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싶은 꿈을 꾸고 있었다. 푸근한 미소를 가진 전북의 수문장 최은성. 그를 20일 전북 완주군 봉동읍에 위치한 선수단 숙소에서 만났다.
'축구바보'에게 찾아온 1% 희망
아내 이미연씨는 그를 '바보'라 부른다. 남편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축구인생을 펼치길 바랐다. 그러나 이씨의 바람일 뿐이었다. 최은성은 한 길만 걸었다. 1997년 대전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첫 발을 뗀 뒤 대전에서만 14년간 몸을 담았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내가 처음 프로에 입단한 팀이었다. 끝까지 의리를 지키고 싶었다." 그동안 다른 팀의 러브콜도 있었다. 그러나 모든 유혹을 뿌리쳤다. 그런데 최은성은 올해 초 은퇴의 기로에 섰다. '첫 사랑'같던 대전에서 '헌 신' 취급을 받았다. 최은성은 "대전을 나왔을 때 막막했다. 나도, 집사람도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전북이 구원의 손길을 뻗었다. 최은성은 "돈을 떠나서 뛸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에 감사했다. 사실 전북이라는 것도 의아했다.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1%의 희망을 걸어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연봉도 구단에 백지위임했다.
병지 형은 '나의 자극제'
김병지는 현역 K-리거 중 최연장자다. 1970년생으로 최은성보다 한 살이 더 많다. 현역 생활을 오래 이어갈 수 있는 첫 번째 비결은 포지션이다. 필드 플레이어와 달리 골키퍼란 특수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다. 최은성은 "병지 형을 보면서 자극을 받는다. 좋은 선배가 있기 때문에 후배들이 그 길을 따라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병지 형을 뛰어 넘으려고 하면 탈이 날 것 같다"며 웃었다. 두 번째 비결은 철저한 자기 관리다. 최은성은 16년간 프로 생활을 하면서 82㎏의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 웨이트훈련을 하루도 빼놓지 않는다. '터미네이터'란 별명이 붙었다. 최은성은 "몸무게의 변화가 없다. 몸 상태는 전성기 때를 유지하고 있다. 나이만 먹을 뿐"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권순태 전역 이후에는?
최은성은 '제2의 전성기'라는 칭찬에 몸둘바를 몰라했다. 최은성은 4월 말 주전 골키퍼 김민식이 불안함을 노출할 시점에 팀에 합류한 뒤 특급 골키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경기에서 16골 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특히 올시즌 10경기 무실점 경기를 펼쳤다. 5월까지 4~6위권을 달리던 전북이 1~2위권으로 뛰어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최은성 효과가 컸다. 최은성은 "우리 팀은 공격 지향적이다. 상대적으로 수비가 허술해질 수 있다. 골을 내주는 것은 모두 내 탓이다. 실점을 줄이는 일이 내 임무"라며 자신의 역할에 투철함을 보였다. 스플릿시스템이 작동된 뒤 전북의 골문은 더 탄탄해질 전망이다. 9월 권순태가 상무에서 전역하기 때문이다. 권순태는 입대 전 전북의 주전 골키퍼였다. 일부 팬들은 권순태가 돌아와도 주전 자리를 꿰차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은성은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좋은 후배가 돌아온다.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컨디션 좋은 사람이 출전해 팀을 위해 뛰는 것이 정답이다."
우승 한번 해보고 시원하게 은퇴
최은성은 아직 '은퇴'라는 단어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다. 전북에서 와서 아예 잊어버렸다. 목표달성이 먼저다. 바로 생애 첫 우승컵에 입맞춰보는 것이다. 최은성은 "선수로 우승은 한 번 맛보고 싶다. 전북이 우승하는 현장에 있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언제가 마지막이 될 지 모르겠다. 떠날 땐 떠나더라도 올시즌을 잘 치러보고 싶다. 목표를 달성한 이후에 속 시원하게 유니폼을 벗고 싶다"고 전했다.
전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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