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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기태 감독이 포기를 '거부'하는 이유는?

by 이명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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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기태 감독은 '포기'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를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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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경기를 치른 21일 현재 LG는 44승3무54패를 기록, 승률은 4할4푼9리다. 4위 두산과의 승차는 8경기차. 산술적으로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지만, 기적에 가까운 승률을 보여야만 4강 진출이 가능하다.

이쯤 되면 많은 감독들이 '리빌딩'을 언급하며 시즌을 포기하곤 한다. LG가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한 지난 9년 간 전임 감독들도 그랬다. 어느 정도 성적이 결정된 뒤론 주축 선수들의 기용 시간을 줄이고, 가능성 있는 젊은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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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6-8-5-8-7-6-6. 지난 9년간 LG의 순위표다. 리빌딩이란 미명 하에 기용했던 젊은 선수들은 이듬해 또다시 벤치에 앉거나 2군에 머물렀다. 새로운 전력으로 떠오르지 못했다. 아직도 30대 선수들이 주축인 LG 선수단 구성이 가장 정확한 증거다. 그저 '보여주기식' 리빌딩에 그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선수단에 투지와 근성 대신 '현실 안주'라는 무시무시한 독이 퍼져 나갔다. 무의식적으로 '올해도 또 그렇게 시즌이 끝나겠거니…' 하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물론 드러내는 선수들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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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팬들이 언급하는 '스탯 쌓기'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시즌 중에 '4강은 물건너갔다'는 인식이 생기면, 팀 성적보다는 개인 성적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기록으로 가치를 입증받는 프로 선수이기 때문이다. 선수들을 좀더 많은 연봉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직장인이라는 관점으로 보면, 좀더 이해가 쉬울 것이다.

김 감독은 지난 2년간 2군 감독과 수석코치를 거치면서 이런 내부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러한 현실 안주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아야만 했다. 말로 강요해서 바뀐다면, 지난 9년의 실패도 없었을 것이다. 김 감독은 포기를 입에 올리지 않는 작은 실천으로 팀 체질 개선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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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구단 관계자들은 김 감독의 뚝심을 보고 놀라는 눈치다. 전임 감독들과 달리 포기를 언급하지 않고, 끝까지 1승이라도 더 하겠다고 매달리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LG의 선수 기용이 그렇다. 투타 모두 최상의 전력을 운용중이다. 시즌 초반과 마찬가지로 박빙의 상황에서도 이동현 우규민 등의 필승계투조를 올려 추격에 나선다. 타선에선 무주공산인 주전포수 자리에 윤요섭을 붙박이로 기용해 육성하는 것을 제외하곤, 초반과 크게 라인업이 바뀌지 않았다.

최상의 전력을 쓰면서 육성에 소홀한 것도 아니다. 윤요섭 기용과 함께 오지환-정의윤을 주축 멤버로 키우고 있다. 오지환은 후반기 들어 팀의 1번타자로 변신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출루에 초점을 맞추고 뛰는데도 불안했던 스윙 궤도가 눈에 띄게 안정됐다. 근성 있는 플레이는 톱타자에 적합한 모습이다.

숙원이었던 오른손 중심타자를 키우기 위한 노력도 엄청나다. 정의윤은 붙박이 좌익수로 기용되며 최근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 5경기서 18타수 9안타로 정확히 5할 타율을 기록중이다. 중장거리포로 노선을 잡고, 김무관 타격코치의 집중지도를 받은 결과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8개 구단 체제에서 너도 나도 4강을 외치는 한국 프로야구의 현실에서 확실한 리빌딩은 쉽지 않다. 메이저리그처럼 과감한 결정으로 시즌을 포기하고 주축 선수와 유망주들을 맞바꾸는 일은 나오지 않는다. 이런 현실 속에서 포기를 거부하는 김기태 감독의 체질 개선 작업은 분명 눈에 띈다.

광주=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21일 광주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LG와 KIA의 주중 3연전 첫 경기가 열렸다. 8-2의 대승을 거둔 LG 선수들이 김기태 감독과 검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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