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겠다고 하다가 8강 싸움하려니까 당황스럽네요."
피말리는 8강 싸움을 펼치고 있는 신태용 성남 감독의 푸념이다. 성남은 올시즌에 앞서 한상운, 윤빛가람, 황재원, 요반치치 등 스타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신 감독은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 두마리 토끼를 노리겠다"고 호기롭게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기대와 달리 새로 영입한 선수들은 팀에 녹지 못했다. 부상 선수들도 속출했다. 베스트11을 짜기조차 힘들었다. 계속된 부진에 서포터스와 청문회도 했다. 신 감독은 "참 힘들다. 2009년과 2010년에도 힘들었지만 그때는 그래도 내가 원하는데로 움직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꼬여도 너무 꼬여서 어쩔 도리가 없더라"고 고개를 떨궜다. 그는 "단 1승만 더 했어도 지금 상황은 안겪었을텐데…"라며 아쉬워했다.
8강은 신 감독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반드시 상위리그에 진출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래서 더 씩씩하게 굴었다. 잠도 잘자고, 밥도 잘 먹었다. 스트레스는 심하지만, 내색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신 감독은 "내가 인상을 쓴다고 결과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선수들도 밥먹으면서 다른 팀 결과를 챙겨보더라. 그러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나라도 좀 풀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8강 싸움이 마지막 라운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언한 신 감독은 "팬들은 즐겁지만 감독들 속은 썩는다"고 했다.
후반 38분까지 신 감독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다. 2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의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29라운드에서 성남은 전반 26분 송진형에 선제골을 허용하며 끌려다녔다. 신 감독은 시간당 200mm의 폭우에 흠뻑 젖었지만 계속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행운의 여신은 결국 그를 향해 웃었다. 후반 39분 에벨톤이 동점골을 터뜨리더니, 인저리타임에 자엘이 기어코 역전골을 넣었다. 흥분한 성남 벤치는 마치 우승이라도 한 듯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기쁨을 만끽했다. 성남은 이날 승리로 8강행 여부를 30라운드까지 끌고 갔다.
그러나 여전히 가능성은 낮다. 라이벌팀들이 29라운드에서 모두 승리했기 때문이다. 같은 날 인천은 전북 원정길에서 2대1로 이겼다. 승점 39점(10승9무10패)으로 8위에 올랐다. 22일에는 대구(승점 39·10승9무10패)와 경남(승점 37·11승4무14패)이 각각 강원과 부산에 2대0 승리를 거뒀다. 승점 36점(10승6무13패)의 성남은 26일 수원전에서 반드시 승리한 뒤 다른 팀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신 감독은 "남은 경기 포기않고 1%의 희망이 있을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마지막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해 그동안 팬에게 준 실망감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게 하겠다"며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말했다.
제주=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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