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 14m 강풍이 몰아친 28일 대전구장. 경기 개최 여부를 결정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 허 운 경기감독관은 고민에 빠졌다.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었지만 비는 오지 않아 언뜻보면 경기를 해도 되는 상황처럼 보였다. 아침에 비가 내렸으나 그라운드는 물기 하나없이 깔끔했다.
오후 3시30분쯤 경기장에 도착한 허 감독관은 외야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화 선수들이 타격훈련을 하고 있는 가운데, 바람이 타구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 지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오후 4시쯤 경기장에 도착한 김시진 넥센 감독은 "이런 상태라면 경기가 어려울 것 같다. 지금까지 이렇게 바람이 부는 날 경기를 한 적이 없다"며 강풍에 크게 휘어진 대전구장 외야 오른쪽 뒤편 나무를 바라봤다.
김 감독은 경기 취소를 염두에 두고 김성갑 수석코치에게 "구단 버스 한 대를 배차해 타자들이 필승관(한화의 실내 훈련장)에서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경기 취소는 쉽게 결정되지 않았다. KBO에 문의를 해보니 공식 기록상 강풍 때문에 경기가 취소된 예가 없었다고 했다. 문정균 KBO 홍보팀장은 "태풍이 몰아쳐 바람 때문에 경기를 취소한 경우가 분명 있었을텐데, 공식적인 취소 이유는 모두 비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강풍과 함께 비가 왔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3루쪽 덕아웃 앞에서 가볍게 몸을 풀던 넥센 선수들은 허 감독관이 "일단 더 지켜보자"고 하자 바람 속에서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했다. 내야 그물이 심하게 출렁거리고, 관중석쪽에서 이물질이 날아들어오자 그라운드의 선수들이 깜짝 놀라는 장면이 벌어졌다. 전광판 옆 국기 게양대에 구단기를 달려고 시도하던 한화 관계자는 바람과 씨름을 하다가 포기했다. 이성열이 타격훈련을 할 때 베팅케이지가 넘어지는 아찔한 일도 있었다.
오후 4시30분쯤 3루쪽 덕아웃을 찾은 허 감독관은 "공이 날아가다가 떨어진다"며 경기 취소를 통보했다.
이날 취소된 경기는 예비일인 9월 29일 열린다. 넥센은 경기 취소로 힘든 일정을 소화하게 됐다. 9월 27일과 28일 잠실 LG전 후 추석 연휴기간인 9월 29일 대전으로 이동해 한 경기를 치른 뒤 9월 30일 목동에서 삼성을 맞아야 한다. 넥센 관계자들은 고속도로가 막히는 추석 연휴 기간의 이동을 걱정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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