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남기며 한반도를 할퀴고 지나간 태풍 볼라벤. 한화 한용덕 감독대행 또한 잊지 못할 태풍 볼라벤이다.
한대화 감독이 시즌 종료 한달여를 남겨두고 물러난 28일 지휘봉을 잡은 한 감독대행은 첫 날 시간이 어떻게 가는 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보냈다. 한대화 감독이 선수단에 작별인사를 하고 떠난 뒤 훈련을 진행했고, 스타팅 라인업을 짜느라 고심을 했다. 27일 밤 늦게 구단으로부터 한 감독의 사퇴 소식과 함께 감독대행을 맡으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막상 경기장에 나와보니 느낌이 달랐던 모양이다. 전날 까지만 해도 수석코치로 있다가 갑자기 감독대행을 맡게 됐으니 당황할 만도 했다.
그런데 28일 넥센전을 앞두고 대전지역에 강풍이 몰아치면서 경기가 취소됐다. 덕분에 차분하게 생각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고 했다.
29일 대전구장 1루쪽 덕아웃 앞. 배팅케이지 뒤에서 타격훈련을 지켜보고 덕아웃에 들어온 한 감독대행과 얼굴을 마주했다. 한 감독대행은 전날보타 한 결 여유가 넘치는 얼굴로 "어제 경기가 취소되는 바람에 집에서 차분하게 남은 시즌 구상을 했다. 경기를 했다면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전날 수없이 걸려온 축하 전화와 격려 문자 메시지에 응답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 대행은 "평소에는 빠짐없이 응대를 했는데, 혼자서 생각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한 대행의 첫 번째 임무는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다잡고, 리빌딩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 성적이 바닥을 헤매면서 힘이 빠진 한대화 감독이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일이다.
탈꼴찌보다 중요한 게 성실한 플레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최근 한화는 무기력한 경기로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고, 결국 이런 모습이 한대화 감독의 경질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한 대행은 "오늘부터 팀에 조금씩 변화를 주겠다. 그동안 경기에 자주 못 나갔던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주려고 한다"고 했다. 이날 외야수 오재필과 내야수 한윤섭, 포수 이준수가 스타팅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한윤섭은 올시즌 7경기, 오재필과 이준수는 20경기 남짓 출전에 그쳤던 선수다.
한 대행에게 한달 정도 남은 시즌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해결해야 할 숙제가 쌓여있다.
대전=만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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