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아랑(신민아)은 기간제 사람이 되어 다시 돌아왔고, 사람이 아닌 것 같았던 주왈(연우진)은 확실히 사람이었으며, 은오(이준기)가 애타게 찾는 그의 어머니 서씨(강문영)은 멀쩡히 살아 있었다. 그것도 아주 미스터리적이다 못해 공포스러운 포스를 팍팍 풍기면서. 그리고 옥황상제(유승호)는 이 모든 일들을 얼추 예상하며 아랑, 주왈, 은오가 정신없이 뛰어 다니는 지상 세계를 관망하고 있다. 이렇게 <아랑사또전>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은오母인 서씨의 등장으로 은오-아랑-주왈 간의 접점들이 흐릿하게나마 구축되면서,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굴러가려는 듯 하지만 그와 함께 수면 위로 떠오른 것들이 있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구멍'이라고 해야 할까. 흥미진진하게 떡밥을 뿌리고 또 깔았던 지난 1~4회까지의 포스가 엷어지고 있다. 20회를 관통하는 큰 스토리 줄기는 살아 있을지 모르나, 20회까지 쭉쭉 이어나가기 위한 작은 스토리 줄기들이 엉성하게 이어져 있는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분명 전개가 느린 속도는 아닌데도 왠지 느린 것 같고, 흥미로운데 어째 점점 더 집중력이 떨어지는 기분이 드는 건 너무 시니컬하게 보고 있는 탓일지도 모르겠다. 떡밥들은 무수히 많이 튀어나오지만 주인공들이 제자리걸음인지라 명확히 해결되지는 않고, 그러는 사이에 새로운 떡밥들이 퐁퐁 생겨나니 어째 사고회로가 정지될 것만 같은 느낌. 6회까지 은오, 아랑, 주왈은 정말 이리저리 많이 뛰어다녔지만 은근히 그들이 한 일이 없다.
옥황상제의 미션을 풀어야 할 아랑은 아무래도 사람으로서의 적응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 같은 느낌. 갑자기 사람으로 지내려다 보니, 게다가 사람 된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죽을 뻔 했으니 본인도 혼란스럽나 보다. 그래도 다음 주에는 영감탱이에게 짜증만 버럭버럭 내지 말고, 좀 더 능동적으로 움직여서 예전의 천방지축 러블리한 모습을 좀 더 많이 보여줬으면. 아랑이 먼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은오나 주왈의 속도도 가속이 붙을 것 같다.
뭐 주왈은 골비단지 -몹시 허약하여 늘 병으로 골골거리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라는 과거사가 그의 포스에 비해 너무 평범해서 살짝 아쉽긴 했다. 아예 냉혈 사이코패스였어도 재미있었겠단 생각이 들었달까. 뭐 어찌 되었든 현재 서씨와 함께 극에 가장 큰 긴장감을 불어 넣고 있는 인물이 주왈이니 앞으로의 모습을 기대하고 싶어졌다. 개인적으로는 과거의 그 트라우마로 돌아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칠 주왈의 모습이 어떨지, 그걸 연우진씨가 어떻게 그러낼지 궁금.
마지막으로, 은오는 모모동자 -마마보이의 한문화- 마냥 어머니만 찾는 소년이고, 어머니를 찾기 위해 아랑의 기억을 찾으려는 현재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굳이 '사또'라는 감투가 없어도 별 문제가 없다. 이게 문제다. 이럴 거면 왜 사또 설정을 한 것인지 모르겠으니까. 엄마를 그렇게 애타게 찾는 은오의 모습이 짧은 과거 회상 장면으로 다 표현되지도 않지만 그건 둘째 치고, '왜 은오가 사또여야만 하고, 그 자리를 어떻게 이용 하는가'에 대한 내용이 부족하다. 솔직히 말해 지금까지는 없다는 말이 더 정확할 듯. 플러스 알파, 은오는 그냥 사람도 아니고 귀신 보는 사람인데 어째 아랑이 사람이 되어 돌아온 이후 사건 사고가 전무해졌다.
요는 스퍼트를 팍 올려야 될 타이밍에 진행이 더디다는 것. 본격적으로 드라마가 굴러가기 시작한 지금이 속력을 높일 때다. 지난 4회까지 볼 때에는 이제 서론도 끝났겠다, 본론 들어가면 더 흥미진진하겠다 싶었는데 어째 6회까지 보고 나니 본론 들어가려다 다시 서론으로 돌아가는 느낌. 서론이 예상보다 길어지니 슬슬 불안해지려고 한다. 부디 이 불안감을 다음 주에서는 말끔히 씻어주시기를. 노파심에 다시 반복하는 얘기지만 <아랑사또전>이 재미없는 건 아니다. 재미있다. 다만 분명 이 요리가 비주얼도 좋아 보이고, 맛있는 냄새도 솔솔 풍겼는데, 막상 맛을 보니 간이 좀 심심해서 그런 것뿐이다. <토오루 객원기자, 暎芽 (http://jolacandy.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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