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두산 마운드에 새 지평선이 열렸다. 꿈에 그리던 선발 야구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무엇보다 다른 팀들과 달리 외국인 선발투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젊은 토종 선발 요원을 확실하게 키워냈다는 것이 의미깊다.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경기에서는 이용찬이 생애 첫 완봉승을 따내며 시즌 10승 고지에 올랐다. 지난 6일 잠실 넥센전에서는 노경은이 역시 생애 첫 완봉승의 기쁨을 맛봤다. 외국인 투수 니퍼트는 여전히 에이스로서 공헌도가 높고, 올해 힘든 조건 속에서도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켜온 김선우도 시즌 막판 역투를 이어가고 있다.
두산이 선발 야구를 제대로 확립했다는 근거는 기록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크게 3가지 부분에서 8개팀 최고의 수치를 자랑한다.
우선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8개팀중 가장 많다. 이날 현재 68번의 QS로 114경기 가운데 QS 비율이 59.6%나 된다. 10경기중 6경기에서 선발투수가 QS를 올렸다는 뜻이다. 선발이 안정적이라는 KIA와 삼성, 롯데의 QS 비율은 각각 52.7%, 49.1%, 46.1%에 불과하다. 두산 선발들은 웬만하면 6이닝 이상을 책임지고, 실점도 3~4점을 넘는 경우가 거의 없다. QS 기록을 보면 니퍼트가 18번, 김선우 13번, 노경은 11번, 이용찬 15번이다. 5선발인 김승회도 9번의 QS를 기록했다. QS 회수만 놓고 본다면 두산의 선발승 39승은 상대적으로 적은 수치다. 다른 팀들의 선발승을 보면 삼성이 56승으로 가장 많고, 롯데 39승, KIA 38승이다. 그만큼 두산 선발들이 타선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두 번째는 완투 능력이다. 두산은 올시즌 8개팀중 가장 많은 7번의 완투 경기를 펼쳤다. 지난해까지 최근 4년간 완투 회수를 보면 2008년은 없었고, 2009년 1번, 2010년 2번, 2011년 4번이었다. 그러나 올해 시즌이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완투 경기를 벌써 7번이나 이끌어냈다. 김승회를 제외한 4명의 선발투수들이 모두 한 차례 이상의 완투를 기록했다. 최근 노경은과 이용찬이 생애 첫 완봉승을 거뒀다는 것은 이들이 풀타임 선발 첫 해 안정적으로 보직 적응을 마쳤다는 의미도 된다.
또 8개팀중 QS가 가장 많으니 선발 투수들의 투구이닝 비율 역시 가장 높다. 두산의 선발 투구이닝은 688⅔이닝으로 전체의 67.4%를 차지한다. 이 비율은 각각 롯데가 62.0%, 삼성 64.1%, KIA 63.5%다. 선발들의 이닝 소화능력이 두산이 최고라는 이야기다. 선발진이 강력한 팀은 단기전에서 강하다. 두산이 만일 포스트시즌에 오른다면 강력한 선발진을 앞세워 승승장구할 가능성이 높다. 상황에 따라서는 선발 요원을 불펜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두산의 막강 선발진이라는 결실 뒤에는 그림자도 존재한다. 불펜진이 상대적으로 불안해졌다는 것이다. 두산의 한 선수는 "선발이 강해진 것은 분명하지만, 그동안 우리팀의 강점이었던 불펜진이 약해져 예년보다 전력이 크게 좋아진 것은 없다"고 했다. 또 마운드 안정에만 신경을 쓰다보니 타선은 형편없이 약해졌다. 특히 장타력 실종은 두산 타선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팀홈런 52개는 KIA(45개) 다음으로 적은 수치이고, 남은 시즌을 감안하더라도 지난 2006년(55홈런) 이후 가장 적은 홈런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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