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사인 좀 해주세요."
천하의 박찬호가 사인을 요청했다.
12일 한화-삼성전이 열리기전 대전구장에서는 보기드문 장면이 펼쳐졌다.
삼성 류중일 감독이 3루쪽 덕아웃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며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한화 박찬호가 유니폼 상의를 들고 성큼성큼 다가와 류 감독에게 인사를 하더니 유니폼을 내밀며 사인을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쑥스러운 듯 쭈뼛쭈뼛 유니폼을 내미는 모양새가 대스타에게 사인을 요청하는 초등학생같았다.
알고보니 박찬호의 손에 쥐어진 것은 배번 75 '류중일' 이름 석자가 새겨진 흰색 파란줄 무늬 삼성 유니폼이었다.
박찬호는 사인을 받기 위해 직접 돈을 주고 유니폼을 구입했다며 매직펜을 들이댔다.
류 감독은 깜짝 놀랐다. "아니, 천하의 박찬호가 어째서 나한테 사인을 받으려고 하느냐? 이거 영광인걸"이라며 껄껄 웃었다.
주변 사람들도 놀랐다. 박찬호라면 쇄도하는 사인 요청을 받기로 유명한 스타다. 그런 그가 누군가에게 사인을 받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인을 해준 류 감독은 "누구한테 주려고 사인받는거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박찬호는 "집에 기념으로 간직하려고 한다"며 어린아이마냥 유니폼을 꼭 끌어안았다.
류 감독은 "내가 박찬호에게 사인을 해주다니…, 살다보니 별 일도 다 겪어본다"고 껄껄 웃을 뿐이었다.
대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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