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은 교차상영의 폐해를 거론하면서 영화 '도둑들'을 직접 언급했다. "좌석 점유율이 15% 미만인데도 1000만의 기록을 내기 위해서 영화가 안 내려가고 계속 있는 그게 바로 도둑들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돈이 다가 아니진 않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기덕 감독이 뿔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살펴보자.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는 지난 6일 개봉했다. 당시 '피에타'의 스크린수는 153개에 불과했다. '피에타'는 개봉 첫날부터 교차상영됐다. 관객들의 입장에선 제한된 상영관과 상영시간 때문에 '피에타'를 보기가 쉽지 않았다.반면 개봉한지 한달 반 정도된 '도둑들'의 스크린수는 307개였다.
'피에타'의 스크린수는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소식이 알려진 뒤 대폭 늘었다. 9일 171개였던 것이 10일 238개가 됐다. 하지만 '도둑들'의 스크린수엔 여전히 못 미쳤다. 10일 기준으로 '도둑들'의 스크린수는 300개였다.
황금사자상 수상 이후 '피에타'는 흥행 상승세를 타고 있다.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7위로 시작했던 '피에타'는 12일엔 2위까지 뛰어올랐다. '도둑들'(302개)엔 조금 못 미치지만, 스크린수가 290개까지 늘었다. 그러나 대형 배급사인 CJ E&M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개봉을 1주일이나 앞당기면서 '피에타'는 흥행에 적신호가 켜질 위기에 처했다. 오는 20일 개봉 예정이었던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개봉일을 앞당겨 13일에 개봉했다.
김기덕 감독이 분노하는 또 다른 이유는 좌석점유율과 예매율 때문이다.
12일 기준으로 '피에타'의 좌석점유율은 27.3%다. '도둑들'은 10.3%. '피에타'는 지난 9일 개봉 후 최고 좌석점유율 기록했다. 42.6%였다. 당시 '도둑들'의 좌석점유율이 30%였다.
예매율에서도 '피에타'가 앞선다. 13일 현재 '피에타'는 9%의 예매율을 기록 중이다. '도둑들'은 1.1%에 불과하다. 김기덕 감독은 좌석점유율과 예매율에서 크게 뒤지는 '도둑들'이 흥행 기록을 위해 더 많은 개봉관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12일까지 1288만 4860명의 관객을 동원한 '도둑들'은 역대 흥행 1위 '괴물'(1302만명)을 추격하고 있다.
김기덕 감독이 교차상영에 대해 일침을 가한 뒤 '피에타'의 상영 여건은 훨씬 좋아졌다. 상영 회차가 늘어났다. 하지만 일부 영화관에선 여전히 교차상영되고 있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개봉하자마자 압도적인 스크린수를 차지하면서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다. 서울 A극장의 경우, 13일 기준으로 '광해, 왕이 된 남자'가 5개관에서 22회 상영됐다. '피에타'는 1개관에서 6회 상영됐다.
물론 관객들에게 특정 영화를 꼭 보라고 강요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그러나 관객들이 보고싶은 영화를 골라볼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은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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