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이 포기하기에는 아쉽지만 그래도 미련을 버려야하는 시즌 막판이다. 선동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KIA는 의욕적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삼성을 두 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선 감독의 귀향에 팬들의 기대치는 높았다. 명가 타이거즈의 부활이라는 과제가 선 감독에게 주어졌다. 선 감독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최고참 이종범을 은퇴시키는 등 강력한 추진력으로 팀 체질 개선에 나섰다.
그러나 KIA는 시즌 내내 힘을 내지 못하고 중하위권을 맴돌았다. 타선의 주축인 이범호 김상현 최희섭이 각종 부상에 덜미를 잡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세 사람이 빠진 KIA 타선은 힘을 쓰지 못했다. 중심타선에 포진해 상대 투수를 압박해줄 타자가 없었다. 김상현은 최근 2군에 합류해 1군을 준비하고 있고, 이범호는 아직 재활훈련 중이다. 치루 때문에 전력에서 제외된 최희섭은 사실상 시즌을 마감했다. 김상현 이범호 최희섭가 빠진 KIA 타선은 종이호랑이나 다름이 없었다. 중심타자들의 공백은 타선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한쪽에서는 선 감독의 강한 카리스마에 선수들이 적응을 못하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선 감독은 자상한 어머니 스타일이 아닌 엄한 아버지 스타일의 지도자다. 그동안 비교적 자유로웠던 팀 분위기가 선 감독 취임 후 다소 딱딱해졌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 변화가 부진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런 가운데 KIA가 사실상 4강 꿈을 접고 내년 시즌 준비체제에 돌입한다.
KIA는 시즌 후 입대 예정이던 나지완의 일정을 조정했다. 입대를 늦춰 내년 시즌에도 활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내년 시즌에도 김상현 이범호 최희섭의 공백이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이들 세 선수의 부상 때문에 혹독하게 고생한 선 감독으로선 대안을 마련해 놔야하는 상황이다. 또 선 감독은 어깨와 발꿈치 통증을 안고 마운드에 올랐던 마무리 최향남을 재활군으로 내려 쉬게 했다.
최향남의 빈자리는 유망주 한승혁과 유동훈으로 채울 예정이다. 선 감독은 윤석민 서재응 김진우 앤서니 소사로 구성된 5인 선발로테이션을 지키겠다면서도 "젊은 선수들의 활용폭을 넓히겠다"고 했다. 기존의 틀을 유지하면서 내년 시즌에 대비하겠다는 포석이다.
선 감독의 마음은 벌써 내년 시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광주=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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