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기태 감독이 결국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징계를 받았다.
KBO는 14일 오전 긴급 상벌위원회를 개최해 지난 12일 잠실 LG-SK전 9회말 2사 2루 박용택 타석에서 신인투수 신동훈을 대타로 기용해 가만히 서서 삼진을 당하고 경기에서 패하도록 지시한 김기태 감독에게 벌금 500만원의 징계를 내렸다.
KBO는 "9회말 경기 중 승리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소홀히 하여 야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스포츠정신을 훼손시켰다"고 밝히며 김 감독에게 야구규약 제168조(총재는 야구의 무궁한 발전과 이익있는 산업으로성장시키는 목적을 저해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서 본 규약에 명문상 정한 바가 없더라도 이것을 제재하거나 적절한 강제조치를 취할 수 있다)에 의거해 벌금 500만원과 엄중 경고의 제재를 부과했고, LG 구단에도 엄중경고했다.
부정행위로 보기는 힘들다.
KBO는 김 감독에 징계를 결정하면서 야구규약 168조를 적용했다. 포괄적인 조항이었다. 고의패배를 다룬 야구규약 140조 1항(경기에 있어 고의적인 방법으로 패배를 기도하거나 필승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태만히 하는 행위)을 적용시키지 않았다. LG의 마지막 타석은 필승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태만히 하는 행위로 볼 수도 있지만 규정의 근거에는 맞지 않았다는게 KBO의 해석이다. 처음부터 지려고 한 것이 아니고 9회에 상대 벤치의 투수교체를 보고 마지막 타석에서 투수를 낸 것이어서 정확하게 야구규약의 징계 사유에 부합된다고는 보기 어렵다는 것. KBO 정금조 운영팀장은 "승부조작이나 다른 목적을 가지고 처음부터 고의적으로 패배하려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140조를 적용시키기에는 무리가 따랐다"고 했다. 그렇다고 최선의 경기를 펼치지 않고 스포츠정신을 훼손한 김 감독에게 징계를 내리지 않을 수는 없었다.
재발방지를 위한 경고
KBO는 김 감독에 대한 징계를 재발방지를 위한 경고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해하기 힘든 선수 교체로 의심을 산 경기도 몇몇 있었다. 그러나 KBO는 그에 대해 징계를 할 수 없었다. 경기에서 감독의 결정은 고유 권한이고, 교체된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경기를 했기 때문에 심증은 있어도 물증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엔 투수를 대타로 내보낸 것이 상대방에 대한 항의의 표시였다는 것을 김 감독이 스스로 시인함으로써 징계를 결정할 수 있었다. KBO는 김 감독에게 500만원의 제재금과 함께 엄중 경고를 했다. KBO는 "엄중 경고조치는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결정을 내린 것이다"며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할 경우 더욱 강력한 제재가 가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감독의 고유권한인가.
야구인 대부분은 KBO의 징계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뜻을 보였다. 각자의 입장에서는 모두 그럴만 하다는 것. SK의 투수 교체는 그 팀의 사정에 따른 것이었고, 그것을 자기팀에 대한 '농락'이라고 생각한 LG 김기태 감독도 그만의 이유가 있었고, 또 이에 징계를 내린 KBO도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몇몇 야구인은 KBO의 징계 결정에 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감독의 고유권한을 침범했다는 이유다. 한 야구인은 "KBO의 징계가 너무한 것 아닌가. 선수 기용은 감독의 고유권한인데 KBO가 일일이 간섭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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