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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은 SK 감독, 형님은 약했다 이제는 깐깐한 잔소리

by 노주환 기자
미국 전지훈련 중 포즈를 취한 SK 문경은 감독. 어바인(미국 캘리포니아주)=노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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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은 SK 감독(41)의 현역 시절 별명은 '람보슈터'였다. 3점슛을 신들린 정도로 정확하게 던졌다. 이제는 키 1m90에 체중은 100㎏으로 건장한 젊은 사령탑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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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 감독의 식성은 독특하다. 가리는 음식이 없을 정도로 잘 먹는다. 분식을 유별나게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떡이 들어가는 요리를 즐긴다. 떡볶이, 떡국 등을 국내 뿐 아니라 외국에 가서도 빼놓지 않는다. 떡볶이 같은 경우 5㎝ 남짓 되는 떡사리나 만두를 바로 한 입에 넣지 않는다. 꼭 정성스럽게 가운데를 잘라서 두번 나눠 먹는다. 한두번 정도 함께 식사를 해보면 금방 그에게 무척 여성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걸 감지할 수 있다.

문 감독은 지난해 4월 SK 감독대행이 됐다가 2011~12시즌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10개팀 중 9위를 했다. SK 구단은 시즌을 마치고 고민 끝에 대행 꼬리표를 떼주었다. 3년 계약했고, 그 첫 시즌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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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오락실 두더지 게임과 흡사

그에게 지난 시즌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선수 시절 국내 최고의 슈터라는 찬사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무기력했다. 선배 감독의 말 처럼 사령탑은 외롭고 힘들었다. 문 감독은 "나는 똑같다고 생각하는데 아내가 많이 변했다고 한다. 감독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매우 즐겁게 살고 여유있는 사람이었는데 이제 모든 걸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이런 식이다. 숙소에 있다가 문 감독은 1주일에 한 번 집에 가면 아내가 해주는 집밥을 먹고 싶다. 그런데 와이프(김혜림씨)와 딸(문진원양)은 외식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럼 문 감독은 "집에서 뭐 하는 거야. 오늘도 나가 먹어"라며 반사적으로 쏘아붙인다. 그럼 아내는 "자기 왜 그래"라며 화들짝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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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신선우 감독 밑에서 SK 2군 코치를 했었다. 그때 신 감독은 종종 문 감독에게 "감독은 참 신경쓸게 많다. 마치 오락실에 있는 두더지 게임 같다. 이 놈이 올라와서 때리면 금방 다른 곳에서 한 놈이 또 튀어나온다"고 했다. 모든 선수가 눈에 밟힐 때가 많다. 선수들에게 기회를 골고루 주면서 다 살리려고 하니까 감독의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그는 감독이 되고 난 후 경기 뒤 이동할 때 버스 맨앞 감독 자리에 앉아 있으면 선수들의 소근거리는 뒷담화가 그렇게 귀에 잘 들어올 수가 없었다. 문 감독이 선수 시절에도 그랬다. 선수들이 감독의 귀에 안 들릴 거라고 생각하지만 앞에 앉아보니까 정반대였다. 선수들의 표정만 봐도 그 선수의 기분이 어떻구나를 알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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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갖고는 약했다

문 감독은 첫 시즌에 형 처럼 선수들을 대했다. '형님 리더십'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지난 시즌 성적을 감안하면 형님 리더십은 약했다. 그래서 다음달 시작하는 2012~13시즌을 준비하면서 그는 선수들에게 싫은 소리를 많이 하는 지도 스타일로 변신했다. 대충 넘어가지 않는다. 선수들이 실수를 할 때 그 자리에서 바로 잡아준다. 심지어 수비할 때 발각도까지도 잡아주고 넘어간다. "너무 선수들의 기를 죽이는 거 아니냐"는 주변의 우려도 있지만 그는 "자율 속에서도 깐깐하게 지적할 거는 하고 넘어가야 한다. 이렇게 해서 잘 안 되면 내가 잘못 끌고 간 것이다"고 말했다.

문 감독은 삼성과 전자랜드를 거쳐 2006년 SK로 와 5년을 뛰고 2010년 5월 선수 은퇴했다. 그가 와서 본 SK는 선수들이 한데 뭉치질 못했다. 좀 잘 하는 선수는 자기 돈 받기 바빠 보였다. 주장 완장을 차고 분위기를 바꿔 보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외부에선 SK는 선수들 개인기량은 좋은데 모래알 조직력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모래알 팀워크'를 한방에 날린다

그는 새 시즌을 통해 SK가 받았던 그런 평가를 한방에 떨쳐버리고 싶다고 했다. 선후배가 경기를 마치고 미팅을 통해 자주 얘기를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선배가 후배를 혼내킬 수도 있다고 했다. 소통이 되는 팀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강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럼 끈끈한 조직력으로 재미있고 이기는 경기를 보여 줄 수 있다.

SK의 새 시즌 목표는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다. SK는 지난 시즌 보다 전력이 안정됐다. 2년차 김선형이 포인트 가드로 굳어졌다. 김효범 김민수 등이 그대로 버텨주고 있다. 모비스와 삼성 등에서 득점력으로 검증을 마친 외국인 선수 애론 헤인즈와 크리스 알렉산더가 새롭게 가세했다. 게다가 신인 최부경이 골밑에서 살림꾼 노릇을 해주고 있다. 경기를 풀어갈 줄 아는 김동우(모비스→SK)와 박상오(KT→SK)가 이적해왔다. 한 포지션에 3명씩 출전 대기하고 있어 부상자가 나온다고 해서 지난 시즌 처럼 와르르 무너지지 않을 것 같다. 어바인(미국 캘리포니아주)=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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