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농구 SK 최고참 주희정(35)은 '다산'의 대표주자다. 2002년 아역 탤런트 출신 박서인씨와 결혼 이후, 서희 서정 지우(남) 서우 4남매를 뒀다. 아이 2명 낳기를 꺼리는 세상에 주희정은 4명을 낳았으니 매우 용감한 남자다.
SK의 미국 어바인 전지훈련장에서 만난 그는 한국을 떠난 지 2주쯤 됐는데 아이들이 보고 싶은게 가장 힘들다고 했다.
주희정은 스스로를 '빵점 아빠'라고 했다. 연습벌레인 그는 팀에서 운동하고 집으로 돌아가면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이 없다. 첫째 서희는 벌써 초등학생이지만 숙제도 잘 봐주지 못한다. 한해 3억원이 넘는 많은 연봉을 벌어가지만 그것 외에는 실질적으로 애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주희정은 어린 시절 부산에서 할머니 손에 외롭게 자랐다. 그래서 가족에 대한 생각이 누구보다 애틋하다. 그는 "아내와 애들에게 항상 미안하고 고맙다. 외국에 나오면 언제 집에 오느냐고 할때가 가장 가슴 아프다"고 했다.
주희정은 알아봐주는 농구팬들이 많다. 가족과 함께 외출했을 때 사진을 함께 찍어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는다. 그럼 첫째 딸 같은 경우 싫은 내색을 숨기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 좀 찍자는 것이다. 시샘이다. 그는 "자식이 이제 아빠가 이런 사람이구나 알 때쯤 되니까 은퇴할 나이가 됐다"면서 "훌륭한 사람 보다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최고의 아빠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올해로 프로 15년차다. 1997년 고려대를 중퇴하고 나래(현 동부)에 연습생 신분으로 입단했다. 그후 신인상, 정규리그 MVP, 챔피언결정전 MVP, 팀 우승 등 웬만한 상은 다 받았다. 또 국내 역대 최다 경기 출전, 최다 어시스트, 최다 스틸, 최다 트리플 더블 등 숱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 당장 그만 둬도 미련이 없을 정도로 오랜 기간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그런 주희정은 40세까지 선수로 뛰는 게 목표다. 농구선수로 30년을 채우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다른 선수 보다 10분이라도 더 훈련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살았다. 무작정, 무계획으로 앞만 보고 달렸다고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무조건 열심히만 해온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했다. 운동을 싫어하는 와이프도 인정했다고 한다. 주희정은 "아내가 운동 하나만 놓고 보면 당신은 정말 대단한 사람인 거 같다고 말한다. 그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으면서도 내가 가족에게 소홀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주희정은 다음달 13일 개막하는 2012~13시즌에 백업으로 나가게 된다. 프로 2년차 후배 김선형을 도와주는 역할이다. 천하의 주희정도 세월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는 출전시간이 줄어드는 걸 받아들이기로 했다. 대신 백업으로 나가 5분을 뛰더라도 폭발적인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는 주어지는 시간이 5분이더라도 40분 풀타임을 뛸 정도로 준비를 하는 게 힘들다고 했다. 40세까지 보조 역할이라면 충분해 보인다.
그리고 우승 욕심도 안 부리기로 했다. "우승 안 쫓아가려고 한다. 지난 시즌까지 성적과 연봉을 다 욕심 냈는데 이번 시즌부터는 하나씩 비우고 자연스럽게 오는 걸 받아들이려고 한다"고 했다.
어바인(미국 캘리포니아주)=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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