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으로 앞선 9회 2사 1,2루. 대타 박헌도를 땅볼 아웃으로 처리하는 순간 KIA 서재응은 오른손을 불끈 쥐었다. 절친 포수 김상훈과 포옹도 했다. 공을 챙겨 나가려던 배트걸을 불렀세웠다. 프로 데뷔 첫 완봉 기념구. 꼭 간직하고 싶었다. 메이저리그와 한국 프로야구를 거치며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투수 서재응. 그에게도 완봉승이란 첫 경험은 짜릿했다.
"완봉이란 게 이런 기분이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23일 목동 넥센전에 선발 등판한 서재응이 생애 첫 완봉승으로 시즌 8승째를 거두며 팀의 7대0 승리를 이끌었다. 팀의 4연패도 끊었다. 5회까지 퍼펙트 행진. 9회 2사 후까지 단 2안타 무4사구 경기를 펼쳤다. 패스트볼은 한참 좋을 때보다 느렸다. 129㎞~144㎞에 그쳤다. 하지만 절묘한 코너워크와 슬라이더, 투심 등 타 구종과의 하모니를 동반한 타이밍 싸움이 완벽했다. 불같은 강속구가 없어도 타자들은 정타를 맞히기 힘들어 한다. 이유가 뭘까."제가 운이 좋았던 거죠. 오늘도요. 사실 요즘 계속 허리가 좋지 않거든요. 그래서 100% 세게 못던지는데 오히려 힘을 빼고 던지는 것이 역설적으로 효과적 피칭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지난달 26일 대전 한화전부터 36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 선발 등판으로는 35이닝 연속 무실점으로 선동열 감독이 보유한 선발 등판 최다 무실점 기록(37이닝)을 눈 앞에 뒀다. 취재진으로부터 이야기를 전해들은 서재응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감독님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겠는데요"라며 농담을 던졌다.
서재응에게 완투란 매우 이례적인 케이스. 선동열 감독은 평소 "서재응은 투구수와 관계 없이 7이닝을 한계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하던 터. 마치 이를 듣기라도 한듯 그는 데뷔 첫 완봉승으로 고정 관념을 멋지게 뒤집었다. "올 시즌 초 피로감으로 인해 7회를 넘기기가 힘들었던게 사실입니다. 7회가 넘어가면 안좋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구요. 오늘은 이닝보다는 연패를 끊자는 생각으로 던졌습니다."
단 한번도 못해본 완봉승 달성. 두번째 처녀지 정복, 시즌 10승 달성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늘 간절히 바라지만 잡힐듯 잡히지 않은 신기루같은 목표. 남은 2번의 등판에서 모두 승리해야 가능한 수치다. 서재응은 여전히 씩씩하게 외쳤다. "10승이요? 무조건 해야죠."
잇단 불운에도 함박 웃음을 잃지 않는 '긍정의 아이콘' 서재응. 긍정의 기운이 프로 데뷔 첫 10승 달성의 꿈으로 이어질지 또 다른 도전이 막 시작됐다.
목동=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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