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는 없었다. 그리고 문제가 됐던 구속도 그대로였다. 하지만 실점 없는 깔끔한 피칭이었다. 무언가 확실히 달라진 모습. 롯데 고원준(22)이 1군 복귀 후 3경기 연속 호투를 이어갔다. 고원준은 23일 LG전에 선발등판, 5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승패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팀이 7연패를 끊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구속은 그대론데…달라진 공끝.
올시즌 내내 고원준을 괴롭혀온 것은 구속이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150㎞를 뻥뻥 찍어대던 투수가 갑자기 130㎞ 중반대의 평범한 공을 던지니 관심이 될 수밖에. 젊은 나이에 변화구 위주의 도망가는 피칭을 하다보니 양승호 감독의 눈밖에 났다. 결국 2군행 통보를 받았다.
그렇게 절치부심해 돌아왔다. 12일 KIA전에서4⅓이닝 1실점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18일 SK전 역시 5⅓이닝 1실점(무자책점)으로 호투했다. 그러나 지켜보는 이들은 반신반의했다. 직구 최고구속이 여전히 140㎞대 초반에 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맥없이 안타를 허용하지 않는 모습은 없었다.
공끝이 달라졌기 때문. 롯데 가득염 코치는 고원준의 연습투구를 지켜보며 "확실히 공끝이 달라졌다. 힘이 붙은게 보인다. 구속이 올라오지 않더라도 공끝에 힘만 있으면 타자들이 쉽게 때려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고원준 본인도 호투를 이어가고 있는 원인에 대해 "별다른건 없지만 이전보다 공끝이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했다고 할까요…."
고원준에게 2군에서의 생활을 물었다. 이내 "별거 없었는데요, 그냥 코치님들께서 시키는대로 했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고원준은 평소 말수가 적고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모르는 사람이 대화를 하면 매우 성의없이 말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고원준의 스타일이다. "2군에서 중점을 두고 훈련한게 무엇인가"라고 묻자 "그런거 없는데"라며 웃고 만다.
그런 고원준에서 나온 말이 "제가 열심히 운동했다고 해도 다른분들이 열심히 했다고 생각할까요"였다. 평소 고원준은 여러 구설에 휘말리며 운동을 게을리하는 스타일로 낙인찍혀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절박했다. 스스로 상동 2군 숙소행을 선택하기도 했다. 고원준은 인터뷰가 능숙한 선배들처럼 "러닝양을 늘렸다다", "밸런스를 잡는데 집중했다."는 등의 기술적인 설명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말 열심히 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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