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신호탄이었다. 이제 더 이상 A대표팀 내부에서도 안전지대는 없다. 이제 최강희호의 최전방 원톱 자리도 치열한 생존 경쟁이 시작된다.
사실 그동안 A대표팀 주전 원톱 자리는 이동국(33·전북)만의 보금자리였다. 마땅한 경쟁자가 없었다. 지난 시즌 아스널에 있던 박주영(27·셀타비고)은 경기에 제대로 나서지 못했다. 경기 감각은 최악이었다. 병역 연기 문제가 얽혀 A대표팀에 부르기가 껄끄러웠다. 지동원(21·선덜랜드) 역시 마찬가지 신세였다. 소속팀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김신욱(24·울산)이 A대표팀의 전면에 나서기에는 아직 경험이 부족했다. 큰 키와 유려한 발재간은 큰 힘이었지만 중압감은 떨어졌다. 손흥민(20·함부르크) 역시 어린 유망주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동국은 주전 원톱 자리를 고수했다. 이동국은 올해 초 최강희 감독 부임 이후 열린 7번의 A매치에서 6번 선발로 출전했다. 4골을 넣었다. 이동국의 독주는 당분간 계속될 듯 했다.
첫번째 균열은 11일 우즈베키스탄과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 원정경기에서 생겼다. 이날 이동국은 최강희호의 두번째 골을 넣었다. 하지만 그 외의 경기력에는 아쉬움이 많았다. 이동국을 지원해야 할 2선 선수들의 부진도 겹쳤다. 이동국의 대체 자원에 대한 공감대가 서서히 생겼다.
23일 유럽에서 전파를 타고 날아온 박주영과 손흥민의 골 소식으로 여론은 후끈 달아올랐다. 박주영은 헤타페전에서 자신의 전성기 시절 보여주던 순간 쇄도 능력을 그대로 재현했다. 동료 선수의 크로스 타이밍에 맞추어 2선에서 순간적으로 치고 들어왔다. 감각적인 발리슈팅도 인상적이었다. 골 외에도 활발한 움직임으로 셀타비고의 공격을 이끌었다.
손흥민의 골은 재능 폭발이었다. 특히 두번째 골은 손흥민의 자신감과 천재성을 그대로 압축해서 보여주었다. 볼을 자신이 직접 몰고 들어간 뒤 왼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특히 상대가 분데스리가 최강팀인 도르트문트여서 그 가치는 더욱 빛났다. 최근 A대표팀이 고민하고 있는 저돌적인 스타일의 스트라이커 부재에 대한 답이 될 만했다.
이동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박주영과 손흥민의 골 소식이 들려오기 전날인 22일 경남과의 홈경기에서 1골을 넣었다. 정확한 페널티킥골로 팀의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자신의 K-리그 개인 통산 130호골(306경기)이었다.
A대표팀 원톱 자원들의 맹활약이 이어지자 최강희 감독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최 감독은 23일 수원과 제주의 경기가 열리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취재진과 만났다. 일단은 말을 아꼈다. 최 감독은 "두 선수 모두 34~35명 되는 A대표팀 선발 대상자에 들어가 있다. 코칭스태프와 회의를 할 것이다. 물론 선발에 대한 최종 결정은 내가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골을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기에 꾸준히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경기를 꾸준히 하면 골도 넣을 수 있고 스스로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아직 어린 손흥민에 대해서는 애정섞인 조언을 잊지 않았다. 최 감독은 "손흥민은 가지고 있는 재능이 많은 선수다"라면서도 "아직은 어려서 그런지 장단점이 뚜렷하다. 더욱 발전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대표팀 자원이기 때문에 계속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이란과의 원정경기(10월 16일)에 나설 A대표팀 명단을 26일 오전 발표한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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