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크스는 의외의 곳에서 풀리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심리적인 문제가 원인이다. 심리적으로 막힌 곳에 물꼬만 터주면 술술 무너진다.
7일 포항이 지긋지긋했던 '전주 원정 징크스'를 털어냈다. 전북과의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35라운드 원정경기에서 3대0으로 승리했다. 비결은 의외의 곳에 있었다. '웃음'이었다.
포항은 2010년부터 올해 8월까지 3년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3번의 경기에서 모두 졌다. 퇴장이 문제가 됐다. 2010년에는 김형일, 2011년에는 신광훈, 올해 8월에는 신진호가 퇴장당했다. 전주만 오면 포항은 경기가 꼬이면서 패배했다.
황선홍 감독은 징크스 타파법으로 분위기 전환을 생각했다. 쉽지 않은 경기를 앞두고 선수단 전체에 부담감이 컸다. 더욱이 2연패 중이었다. 무거운 분위기가 눈에 보일 정도였다. 단 한 명만 예외였다. 김대호였다. 싱글벙글이었다.
김대호는 팀 내 분위기 메이커다. 항상 웃는 얼굴로 장난을 도맡아친다. 평범함을 거부한다. 구단 홍보 행사가 있으면 자신이 직접 마스코트탈을 쓰고 춤을 춘다. 지난 7월 1일 수원과의 홈경기를 앞두고 치킨 20마리를 팬들에게 준비했을 때 영상 인사도 남달랐다. 보통 선수들은 주어진 대사를 읽는데 반해 김대호는 직접 콘티를 짰다. 자신의 고교(포철공고) 후배 이명주를 까메오로 투입하며 재미를 덧칠했다. 이 영상을 본 포항 팬들은 모두 자지러졌다.
엉뚱함도 있다. 김대호는 평소 자신이 야구 선수 김상수(삼성)를 닮았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포항이나 대구에만 가면 주위 사람들이 '김상수 선수 아니냐'면서 물어볼 정도"라고 했다. 실제로 찢어진 눈매나 까무잡잡한 피부 등 김상수와 닮은 꼴이다. 김대호는 "꼭 축구 선수로 성공할 것이다. '김대호가 김상수를 닮은 것이 아닌 김상수가 김대호를 닮았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할 정도다. 김대호는 선수단을 웃게 하는 '해피 바이러스'인 셈이다.
황 감독은 김대호를 선발 투입해 팀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물론 주전 측면 수비수 신광훈이 무릎 상태 악화로 전주까지 오지 못한 것도 있었다. 노림수는 통했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전주월드컵경기장 선발 출격을 명받은 김대호는 싱글벙글이었다. 라커룸에서도 파이팅을 외쳤다. 선수들도 이런 김대호를 보면서 부담감을 덜어냈다. 사고도 쳤다. 김대호는 전반 24분과 후반 10분 2골을 뽑아냈다. 2골 모두 위치선정이 탁월했다. 수비력에 있어서도 합격점이었다. 이승현과 에닝요를 잘 막아냈다.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경기 후 황선홍 감독은 "김대호가 2골을 넣은 것은 사실 의외였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공교롭게도 강팀과 할때 꼭 골을 넣더라. 김대호가 골을 넣으면 우리가 이긴다"고 기뻐했다. 김대호는 올 시즌 K-리그에서 서울전(6월 17일), 수원전(7월 1일)에서 각각 1골씩을 넣은 바 있다. 당시 포항은 서울에 1대0, 수원에는 5대0으로 승리했다.
김대호는 경기 후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 강팀을 상대로 연속골을 기록한 것에 대해 "강팀들은 보통 날 마크하는데 소홀한 면이 있다. 그래서 꼭 골을 넣겠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했다. 황 감독의 '의외 발언'을 듣고서는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노력의 대가다"라면서 주장했다. 김대호는 "안정감을 보완해 FA컵 결승전에서도 선발로 나서고 싶다"고 했다.
한편, 대전 시티즌과 강원FC의 그룹B 대결에서는 양 팀의 스트라이커가 나란히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대전은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홈경기에서 케빈의 해트트릭과 테하, 한경인의 골을 묶어 지쿠가 3골을 터뜨린 강원을 5대3으로 따돌렸다. 케빈은 대전 창단 후 두번째로 해트트릭을 성공한 주인공이 됐다. 첫번째는 2007년 9월22일 대구전서 해트트릭을 한 데닐손이었다. 한 경기에서 양 팀미 모두 해트트릭 작성자를 낸 것은 1994년 동대문축구장에서 열린 LG와 포철의 경기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나온 진기록이다. 당시 윤상철(LG)이 3골, 라데(포철)가 4골을 넣었다. 전남은 광양전용경기장에서 열린 그룹B 홈경기에서 대구와 2대2로 비겼다.
전주=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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