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B의 가장 큰 딜레마는 동기부여다.
치열한 강등싸움을 펼치고 있는 하위권과 달리 상대적으로 강등권에서 여유가 있는 상위권팀들은 아무래도 동기부여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성적을 거둬도 9위까지 밖에 오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룹B에서 독주체제를 갖춘 인천 역시 마찬가지다.
인천의 당초 목표는 9위 달성이었다. 그룹B 미디어데이부터 강조한 목표였다.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목표달성이 눈앞에 있다. 인천은 승점 51점(13승12무10패)으로 9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룹B 최고 순위다. 스플릿 시스템이 시작된 이후로 인천은 단 한 번도 9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10위 대구(승점 46점)와 승점차이를 점점 벌리고 있다. 9위 수성의 분수령이었던 대구, 성남전을 1승1무로 넘기며 일찌감치 독주 체제 구축에 나섰다. 더이상 올라갈 수 없기에 외로운 싸움이 될 수 있다.
김봉길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물론 선수들도 더이상 순위를 올릴 수 없기에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상황을 탓하며 머무를수는 없었다. 새로운 목표를 선수들에 제시했다. 연속무패행진 기록 경신과 그룹A를 넘는 승점 쌓기다.
인천은 6일 성남과의 K-리그 35라운드에서 0대0 무승부를 거뒀다. 이날 무승부로 11경기 연속 무패 행진(8승3무)을 계속했다. 지난 2007년 기록한 팀 최다 무패 행진과 타이 기록이다. 21일 전남전만 패하지 않는다면 팀 창단 후 최다 연속 무패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다. 김 감독은 "좋은 기록이니만큼 넘어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룹A 팀을 넘는 승점 쌓기도 김 감독이 제시한 새로운 목표다. 그룹A에 위치한 부산(승점 48), 제주(47), 경남(44) 3팀이 인천보다 승점이 낮다. 순위는 높지만 승점은 인천에 밀리고 있다. 김 감독은 "하위리그로 왔으니 이제는 최대한 승점을 쌓고 싶다. 더 많은 상위팀들의 승점을 뛰어 넘고 싶다. 우리보다 낮은 승점의 상위리그 팀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고 했다. 그의 가슴 속에는 여전히 상위리그로 가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김 감독은 "우리보다 낮은 승점을 가진 상위리그 팀들을 보면 솔직히 의식이 된다. 의식을 하지 않으려 해도 의식이 된다. 상위리그에 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욕심이 났다"고 했다. 그러나 새로운 목표와 함께 상승세를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김 감독이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며 선수들을 독려하는 것은 팬 때문이다. 김 감독은 올시즌 다양한 경험을 했다. 감독대행으로 출발해 감독으로 승격했다. 1승이 아쉬워 울어본적도 있고, 연승으로 웃어본적도 있다. 그때마다 옆에서 힘이 되준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 김 감독은 "우리는 프로다. 성적이 좋다고 여유를 부려서는 안된다. 지켜보는 팬이 있기 때문에 매경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올시즌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한 시즌이다. 팀이 흐트러지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고, 팀이 다져지면 엄청나게 무서워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과정을 잘 기억해서 철저히 준비하겠다. 분명 한번의 고비는 온다. 이때 기억했던 것을 잘 풀어나가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수장 아래 인천은 무서운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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