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된 볼 키핑과 넓은 시야. 짧고 긴 거리를 막론한 90% 이상의 패스 정확도. 상대의 골문을 직접 겨냥하는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 여기에 오른발 각도의 킥 전담까지. 이뿐만이 아니다. 측면 수비 뒷공간 커버를 포함한 수비 능력도 준수한 편이다. 칭찬 일색의 현지 평가와 함께 라우드럽 감독의 신임 또한 두텁게 쌓여가고 있다. 중계 화면 원샷 받는 빈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지난 8월 말, 반슬리와의 캐피탈원컵을 시작으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 모습을 드러낸 기성용은 자연스럽게 팀에 녹아들었고, 최근엔 연속으로 선발 출장하며 축구를 배우러 간 곳에서 오히려 가르치고 있는 '기선생'이 돼 팬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그런데 이럴수록 '욕심'이란 게 생기기 마련이다. 이 선수가 갖춘 무한한 잠재력과 젊은 나이를 감안하면 이대로 만족할 수도 없는 법이다. 이런 기성용이 조금 더 다재다능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두 가지 정도를 언급해보고자 한다.
수비형 미드필더 진영을 완벽히 장악하라.
새로운 팀 스완지에서 기성용이 맡은 역할은 무엇일까. 최전방에 그라함을 두고, 그 밑에 미추를 포진시킨 라우드럽 감독은 기성용-브리턴(데 구즈만)에게 공격진과 수비진의 사이를 책임지게 했다. 파트너가 조금 윗선에서 움직여주면, 기성용은 약간 처진 위치에서 패스를 통해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해낸다. 이 부분에서 상대의 심장부로 패스를 보내거나, 기회만 되면 직접 중거리 슈팅을 날리는 기성용의 공격적인 능력에 관해선 어느 정도 확신이 선다.
다만 이 포지션에 위치한 선수들이 공격력, 그 이상으로 갖춰야 할 것이 '수비적'인 능력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동안 해당 진영에서 큰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았을 뿐더러 실점 장면에서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한 적도 없지만, 에버튼을 비롯해 공격에 두각을 드러내는 팀을 만났을 때 이곳을 완벽히 장악하지 못했다는 점도 재고해봐야 한다. 일정상 아직은 진정한 강팀들을 상대하지는 않았는데, 앞으로 기성용은 아자르-오스카-마타가 파고드는 첼시를, 반 페르시와 루니가 시너지 효과를 내는 맨유를, 야야 투레, 실바, 나스리, 테베즈가 포진한 맨시티 등을 만나야 한다. 이럴 경우 문제는 생각보다 커질 수도 있다.
1.5선에 배치된 라우틀리지-미추-다이어의 수비 가담 능력도 만만치 않기에 기성용에게 주어지는 수비 부담이 막대하지는 않다. 그럴수록 파트너와의 대화를 통한 호흡으로 수비형 미드필더가 맡은 '1차 저지선'이라는 임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플랫 4가 위험 진영으로 치고 들어오는 상대의 움직임을 미리 차단하지 못하고, 중거리 슈팅의 각을 좁히지 못할 경우, 이를 견제하기 위해 '싸움 닭' 마인드로 적극적인 마킹을 펼쳐야 한다. 또, 부지런한 플레이로 끊임없이 수비 블럭을 형성해 볼을 가로챌 수 있는 확률도 높여야 한다. 한 마디로 조금 더 쫄깃쫄깃한, 컴팩트한 경기 운영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시즌 시작과 함께 만난 QPR과 웨스트햄에 거둔 무실점 승리 후엔 매 경기 2골 이상씩을 꾸준히 헌납한 스완지의 현재를 보자. 최근과 같이 괜찮은 경기를 하고도 원하는 만큼의 승점을 챙기지 못하면 자칫 슬럼프에 빠질 위험은 당연지사, 이럴 때일수록 기성용이 어필할 부분도 많다. 적응 기간 없이 팀에 잘 녹아들었다고 해도 아직 두 달이 채 안 됐고, 아직 10경기도 채 소화하지 않았기에 나아질 여지는 충분히 있다. 스완지가 최종 행선지가 아닌 바에야 조금 더 높은 수준의 역할도 소화해낼 수있었으면 한다.
끝없는 피지컬 싸움의 승자가 되어라.
동양 선수들이 유럽, 특히 거칠기로 소문난 잉글랜드 땅으로 진출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화두가 바로 '피지컬'이다. 앞서 그 무대를 밟은 선배 선수들이 상대와의 몸싸움에서 튕겨나가다시피 했던 것과는 달리, '기성용이라면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이 싸움에서 쉽게 지지 않는다면 그의 가치가 상승될 것임은 물론이다.
아직 완성된 단계라 보기는 힘들다. 무엇보다도 훤칠한 신장의 장점을 활용해 공중까지 장악하는 데에는 잠재력을 모두 끌어내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끝없는 피지컬 싸움에서 승자가 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이유, 그동안 그가 보여준 꾸준한 성장세다. 2007시즌을 준비하던 동계 전지훈련 현장에서 처음 봤던 기성용은 지금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키는 컸지만, 그것이 어떤 선수와 붙어도 밀리지 않을 정도의 강인한 피지컬을 연상시키진 못했다. 그랬던 그가 '거칠다'고 입을 모으는 K리그와 스코티시 프리미어리그를 거치면서 몰라보게 달라졌다.
이것이 곧 자신감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 힘과 높이로 승부하는 '남자의 팀' 스토크 시티와의 경기에서도, 또 EPL에서 가장 '핫'하다는 에버튼의 펠라이니와의 경합에서도 결코 주눅 드는 법 없이 정면 승부를 펼쳤다. 앞으로도 이런 모습을 꾸준히 보완해 스토크 시티전 코너킥 상황에서 크라우치에게 내준 헤딩 선제골 같은 경우를 조금 더 확실히 잡아줄 수만 있다면 더욱더 무서운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피지컬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EPL은 그에게 더없이 훌륭한 연습 장소고, 상대 선수를 뒷걸음질 치게 만드는 그의 패기는 발전하는 데 더없이 좋은 마인드다.<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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