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아닌 마음을 터치한다"
아나운서 사이에서 그녀를 모르면 속된 말로 '간첩'이다. 대한민국 방송사의 간판 아나운서들인 이지애, 한석준, 황정민, 박지윤, 윤수영, 이혜승, 엄지인 등 30여 명이 그녀의 터치를 거쳐갔다. 아나운서라면 그녀의 손길을 적어도 한번쯤은 거쳐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타공인 '아나운서계의 미다스 손'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권선영 원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런 그녀가 최근 자신의 메이크업 노하우를 모두 담은 메이크업북 '터치'를 발간했다.
"오래 전부터 메이크업 방법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해줄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제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면서 제 15년 메이크업 노하우를 책에 담았어요.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자세하게 전달하기 위해 직접 다 쓰면서 15개월 동안 고생 좀 많이 했죠."
권원장은 주위에서 대필 권유도 없진 않았지만, 조사 하나로 기술과 느낌이 잘못 표현될 것을 걱정해 직접 글을 쓰고 교열도 하나하나 다 챙겼다. 이런 권선영 원장의 열정 덕에 당초 계획보다 '터치'의 출간이 늦어졌다. 6개월 동안 준비해 책을 완성 단계까지 갔다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것. 덕분에 책의 완성도는 탄탄해졌다. 또 그녀의 열정에 반한 유명 사직작가 케이티킴이 직접 모든 사진을 찍어 '터치'의 퀄리티는 더욱 높아졌다.
'터치'는 메이크업 초보자들을 위한 책이다. 외모가 경쟁력인 시대에 어찌보면 꼭 필요한 교과서와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여대생의 영원한 워너비인 아나운서 메이크업을 배우고 싶거나, 아나운서를 꿈꾸는 사람에겐 필수인 책이다. 뿐만 아니라 '터치'는 단순히 메이크업을 흉내내는 스킬이 아니라 아나운서라는 험난한 길을 같이 걸었던 권선영 원장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게 인상적이다.
"아나운서들 사이에서 왕언니, 왕 누나로 통해요. 지망생들 사이에선 '제2의 엄마'라고 생각하고 의지를 하는 친구들도 많고요. 아나운서 합격 소식을 가족 다음으로 듣는데 이지애 아나운서는 밤 12시에 합격소식을 전해서 정말 제가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죠."
아나운서 사이에서 워낙 유명해 이미 아나운서 지망생들은 권선영 원장에게 메이크업을 받는 거 자체가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할 정도다. 자연스레 수많은 아나운서 지망생들이 그녀를 찾지만, 권원장의 터치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한번은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모님이 딸을 데리고 와서는 돈은 상관없으니 아나운서 합격을 시켜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기본적인 자질도 문제지만 소양이 안돼서 그냥 보냈어요. 아나운서 지망생 대부분이 어릴 때부터 공부도 잘하고 예뻐서 엄친딸, 엄친아로 자랐던 친구들이에요. 항상 칭찬받으면서 성공의 길을 걸어왔는데 아나운서를 준비하면서 실패와 좌절을 겪게 되면 오히려 더 큰 상처와 스트레스를 받아요. 그래서 전 더 쓴소리를 많이 해요. 그런 걸 이겨내고 현실적인 조언과 충고를 들을 수 있어야만 저와 함께 준비할 수 있어요."
그래서인지 지금도 현직 아나운서들이 권원장에게 꾸짖어달라고 연락을 한다. 초심을 잃을 것 같을 때 채찍을 달라고 권원장을 찾는 것이다.
"아나운서들은 주변에 싫은 소리, 힘든 소리 해주는 사람들이 없어요. 그런데 아나운서는 주변의 정확한 조언이 꼭 필요한 직업이거든요. 아무래도 어려운 시기를 같이 보내면서 서로 믿을 수 있어서인지 편하게 조언을 구하더라고요."
인터뷰를 통해 권선영 원장이 '아나운서계의 미다스의 손'이 된 이유를 살짝 엿볼 수 있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스킬과 프로 정신은 당연했다. 그런게 그녀는 단순히 얼굴을 터치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터치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였다. 단순히 얼굴을 예쁘게 하는 메이크업이 아니라 자신감을 심어주고 자연스레 얼굴이 예뻐지게 만들어주는 메이크업을 하고 있었다.
"메이크업이란 직업이 좋은 게 사람을 가깝게 터치할 수 있잖아요. 어떤 사람들이 다른 사람 얼굴을 자연스럽게 만질 수 있겠어요. 터치하면서 교감하고 그렇게 허물이 없어져요. 다른 사람들과 할 수 없는 얘기들을 서로 교감하면서 많이 할 수 있잖아요. 정말 좋은 직업인거 같아요."
누구보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 하는 권선영 원장의 '터치'하는 모습은 어떤 누구보다 아름다웠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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