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대구전국체육대회 여자역도에서 10회 연속 3관왕에 오른 장미란의 시상식에서 보기드문 감동적인 장면이 빚어졌다.
장미란은 15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93회 대구전국체육대회 역도 여자일반부 75㎏이상급에서 인상 121㎏, 용상 155㎏ 합계 276㎏를 들어올렸다. 전국체전 3관왕(인상, 용상, 합계)에 올랐다. 2002년 인상 종목 은메달을 딴 것을 제외하고는 2003년 이후로 단 1개의 금메달도 놓치지 않았다. 대한역도연맹이 시상식 직전 장미란의 아버지 장호철씨를 딸의 시상자로 결정했다. 장씨가 3개의 금메달 중 첫번째 금메달, 인상 종목의 시상을 맡았다. 예기치 않은 아버지의 등장에 장미란의 웃음이 '빵' 터졌다. 세계 최고의 '역사'로 수없이 많은 시상대 꼭대기에 서왔지만, 아버지로부터 직접 상을 받기는 처음이다. 고양시 역도연맹 실무 부회장을 맡고 있는 아버지 장씨 역시 그동안 수없는 시상식에 나섰지만 "딸에게 직접 메달을 걸어주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진지한 표정으로 시상식을 마친 부녀가 마주보고 웃었다. 10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건 장미란은 아버지를 향해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이날 장미란은 전성기를 구가하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세웠던 최고기록(인상 140㎏ 용상 186㎏ 합계 326㎏)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단 한차례의 실패 없는 깔끔한 클린 경기로 팬들의 기대에 보답했다. 후배들과의 현격한 기량 차 때문에 용상 1차 시기에서 이미 3관왕이 결정됐다. 3차시기는 기권했다.
시상식 후 만난 장미란은 아버지에게 메달을 받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정말 깜~짝 놀랐다"며 웃었다. '천직'인 역도인의 삶을 애써 외면하던 10대 소녀 시절, 자신을 역도의 길로 인도한 아버지로부터 가장 의미 있는 메달을 받았다. 아버지 장씨 역시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최성용 대한역도연맹 부회장이 등을 떠밀기에 처음엔 고사했다. 그런데 의미 있는 메달이고,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섰다"며 웃었다.
올해 29세인 장미란은 은퇴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한 바가 없다. 시상식 후 인터뷰에서 은퇴에 대한 질문에 "올림픽 후 은퇴에 대해 질문을 너무 많이 받아서, 내가 서른 전에 은퇴를 해야 하나하는 생각을 했다. 중요한 문제인 만큼 차분하게 심사숙고해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아버지 장씨 역시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확인했다. "오늘처럼 현장을 찾아주신 역도팬들과 한국 역도를 생각하면 더해야 하고, 서른줄에 접어들 딸이 결혼도 하고, 공부도 해야 하는데 그걸 생각하면 그만 하면 좋겠다"는 말로 애틋한 부정을 드러냈다.
은퇴 여부와 무관하게 장미란은 이미 대한민국 역대 최고의 선수다. 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등 세계무대에서 금메달을 모조리 휩쓴 '그랜드슬래머'일 뿐 아니라, 올림픽 못지 않은 철저한 준비로 체전에서도 '10회 연속 3관왕'이라는 역사를 썼다. 2002년 첫 일반부 대회에 나선 이후 11년간 개근했다는 것만도 대단한데, 그중 10년간 인상, 용상, 합계에서 단 1개의 금메달도 놓치지 않았다. 위대한 기록이다. 혹독한 자기 관리, 탁월한 재능과 성실성을 동시에 갖춘 선수만이 달성할 수 있는 대기록인 만큼 필설로 다할 수 없는 값진 의미다. '역도 부녀'의 깜짝 시상식 덕분에 그 의미가 한층 더 빛났다.
대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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