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차하면 중간투수가 선발로 나갈 수 있다."
쉐인 유먼과 송승준의 출격은 확정이다. 하지만 양승호 감독은 3, 4선발 카드를 두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라이언 사도스키의 부상 이탈이 뼈아프다. 단, 양 감독의 힌트 속에 롯데의 플레이오프 선발 로테이션을 살짝 엿볼 수 있다. 친정팀을 상대할 좌완 이승호 카드가 급부상하고 있다.
양 감독은 SK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을 하루 앞둔 15일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선발진을 어떻게 꾸릴 것인가"라는 질문에 "1, 2차전 선발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지 않나. 단, 3, 4차전 선발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 사도스키를 대신 해 이정민과 진명호를 올렸지만 이들이 선발이라고 할 수 없다. 여차하면 중간투수를 선발로 투입하고 짧게짧게 이닝을 소화시킬 생각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양 감독의 답을 토대로 풀이를 해보자. 일단, 3차전 선발은 고원준이 유력하다. 준플레이오프에서 기대 이하의 투구를 했지만 선발요원이 없는 현 상황에서는 가장 믿을만한 카드다. 문제는 4차전이다. 양 감독이 이정민과 진명호 중 1명을 쉽게 선택하기 힘든 이유가 있다. 일단, 이정민은 정규시즌에서도 선발로 나선 경기가 몇 차례 되지 않는다. SK를 상대로 감격적인 시즌 첫 승을 올린 기억은 있지만 큰 경기에 대한 부담을 이겨낼지는 미지수. 선발 경험이 조금 더 많은 진명호는 구위는 좋지만 선발로 나선 경기 초반 들쭉날쭉한 제구가 문제였다. 오히려, 롱릴리프로 등판하는 경기에서 인상적인 투구를 펼친 경우가 많았다.
또 하나, 양 감독은 이 두 사람을 선발보다는 전천후 롱릴리프 카드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선발진이 양적, 질적으로 부족한 만큼 선발 뒤를 받쳐줄 롱릴리프의 존재가 필수다. 만약 1, 2차전에서 유먼 또는 송승준이 일찍 무너지는 상황에 이들이 등판해야 한다. 또, 상대적으로 선발투수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3, 4차전에 이 두 사람은 경기 시작부터 무조건 불펜 대기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또 하나의 선발카드는 누가 될까. "여차하면 중간투수를 투입시킬 생각도 있다"는 양 감독의 말을 참고했을 때 가장 유력한 후보는 이승호다. 이번 플레이오프 롯데의 투수 엔트리는 12명. 유먼, 송승준, 고원준, 이정민, 진명호를 제외하면 모두 불펜 투수들이다. 이승호, 정대현, 최대성, 김성배, 강영식, 이명우, 김사율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아무리 깜짝 등판이라지만 이승호를 제외한 나머지 불펜투수들이 선발로 나서는 것은 현실상 무리다. 그나마 롱릴리프로서 이닝 소화력이 있는 이승호가 임시 선발로는 제격. 이승호는 실제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몸도 제대로 풀지 못하고 마운드에 올라 3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최근 몸상태나 구위가 많이 올라와있다는게 양 감독의 판단이다. 이승호가 승리까지는 아니더라도 4이닝 정도만 막아주면 나머지 불펜 투수들로 남은 경기를 끌어나갈 수 있다.
여기에 또 하나, 이승호는 지난해까지 SK에서 뛰어왔다. 그 누구보다 SK 타자들을 잘 안다는 강점도 갖고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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