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외야수는 수비부담이 적다고 한다. 아무래도 타구가 많이 오지 않고 내야처럼 빠른 타구가 가는 것도 아니기 때문. 어떤 경기에선 한번의 플라이도 오지 않는 경우가 있을 정도다. 또 내야수처럼 상황에 따라 백업이나 중계플레이 등을 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수비가 좋지 않더라도 타격이 좋은 선수가 주전으로 뛰기도 한다. 내야 수비가 떨어지는 대신 타격이 좋은 선수가 보직을 변경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최근엔 외야도 수비 좋은 선수가 중용되는 시대다. 외야에서 한번의 실수는 경기의 흐름을 바꿔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플라이아웃을 시킬 수 있는 타구를 자칫 실수로 안타를 줄 수 있고, 평범한 안타를 뒤로 빠뜨리면 대량 실점의 빌미가 되기도 한다. 잘 맞힌 안타성 타구를 잡아내면 상대의 흐름을 가져올 수도 있다.
외야수는 빠른 발과 강한 어깨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타구 판단 능력이다. 얼마나 타구 판단을 빨리 해서 낙구지점을 향해 빨리 스타트를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눈으로 타구를 보고 뛰기 시작하는 것은 누구나 하는 일. 당연히 짧은 타구나 오버하는 타구를 종종 놓치기도 한다. 이보다 한수위의 외야수는 타구음을 듣고 곧바로 달려간다. 타구음에 따라 제대로 맞혔는지 빗맞힌 것인지 알 수 있다. 따라서 비거리와 방향이 순간적으로 측정되는 것이다.
SK 김강민은 8개구단 중견수 중에서 가장 수비를 잘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빠른 발과 강한 어깨를 갖춘 김강민의 강점은 누구보다 빠른 타구 판단 능력이다. 그는 타구음으로 타구 판단을 하지 않고 치기 전부터 타구를 예상해서 스타트를 미리 끊는 것을 자신의 노하우로 밝혔다. 자신의 발이 빠른 편인데도 두산 이종욱이나 KIA 이용규 등에 비해서는 느리다고 생각한 김강민이 노력한 부분이 스타트였고, 투수의 볼배합과 타자의 성향 등을 파악해서 타구가 올 것 같은 방향으로 한 두발을 떼며 뛸 준비를 한다는 것. 자신이 판단한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타구가 날아가면 자칫 잡을 수 있는 공도 놓칠 수 있지만 이런 미스를 하지 않기 위해 계속 생각하는 수비를 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김강민의 한박자 빠른 스타트가 빛을 발한 장면이 5회초에 나왔다. 1사후 김주찬이 친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를 한 것. 라인드라이브성으로 짧은 타구가 좌측으로 조금 휘어지며 날아갔기 때문에 아무리 중견수가 뛰어가도 앞에 떨어지는 안타가 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김강민은 빠르게 달려갔고 떨어지는 각을 맞춰 슬라이딩을 하며 정확하게 캐치했다.
SK 우익수 조동화도 빠른 타구 판단으로 안타성 타구를 2개나 잡아냈다. 3회초 선두 문규현 타석 때는 미리 수비위치를 앞으로 당겼다가 빗맞힌 짧은 플라이를 전력 질주해 잡아냈고, 6회초 선두 홍성흔의 우중간 빠질 듯한 타구를 빠른 스타트로 일찍 낙구지점을 잡아 쉽게 건져냈다.
반면 롯데 중견수 전준우는 4-4 동점이던 7회말 선두 정근우의 가운데 펜스까지 날아가는 타구를 스타트가 늦어 결국 잡지 못해 3루타로 만들어줬다.
'귀는 눈보다 빠르다.' 외야수비의 달인들이 내세우는 공통의 노하우다.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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