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영환(28)은 개막 2연전에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우승후보 모비스와의 첫 경기에서 31득점을 올렸으나, 해볼 만 하다고 생각했던 삼성전에선 무득점에 그쳤다.
시즌 전 KT에서 LG로 이적해 와 주장까지 맡았다. 20대 선수들로 짜여진 선수단에서 군복무까지 마친 김영환은 고참급이었다. 쉽게 분위기를 탈 수 있는 어린 선수들을 다잡는 역할을 해야 했다.
첫 경기에서 31점을 몰아치며 해결사다운 모습을 보이나 싶었다. 하지만 다소 '오버'했다. 김영환은 "이적 후 첫 경기에 주장으로서 첫 경기였다. 게다가 창원 홈에서 치른 게임이라 그런지 다음 경기 생각 안하고 오버페이스했다. 그날 경기 후 버스타고 4시간을 이동해서 곧바로 삼성전을 치렀다. 컨디션 조절이 잘 됐을 리 없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단순히 오버만 한 게 아니었다. 김영환은 "첫 경기에서 잘 하다보니 자만심이 생겼던 것 같다. 솔직히 우리 팀 샐러리캡은 다른 팀의 절반 수준이다. 연습경기를 하면서 자신감을 찾았고, 첫 게임을 잘 치르니 자만심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17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오리온스전은 달랐다. 김영환은 다시 한 번 폭발했다. 3점슛 4개 포함 25득점을 기록했다. 팀의 시즌 첫 승을 이끈 맹활약이었다.
덩달아 LG 선수들도 자만심 대신 자신감이 충만했다. 오리온스의 외곽 수비가 허술한 틈을 타 무려 31차례 3점슛을 던졌다. 8회 성공하며 성공률이 25.8%에 그쳤지만, 거의 모든 슛이 오픈 찬스에서 나왔다. 김 진 감독은 오히려 자신감 있게 슛을 쏘라고 독려했다.
경기 후 만난 그는 "삼성전을 하면서 느낀 게 있다. 나한테 타이트하게 붙는다는 걸 생각은 했는데 내가 잘못 생각했다. 플레이를 짧게 해서 다른 선수들에게 찬스를 내준다는 생각으로 했는데 리듬도 잃고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늘은 정공법으로 강하게 밀어붙였다. 내 리듬을 찾고, 그렇게 하다보면 다른 선수들에게 찬스가 날 것이고 그때 빼주자는 생각으로 했다"고 덧붙였다. 원래 해오던 대로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이날 경기는 김영환 뿐만 아니라, 모든 LG 선수들에게 1승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LG는 전태풍 영입으로 4강 후보로 뛰어오른 오리온스를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았다. 전태풍을 효과적으로 막으면서 오리온스 공격을 원천봉쇄했고, 패기 넘치는 공격력까지 선보였다.
김영환은 "오늘 경기 전에 분위기가 굉장히 안 좋았다.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던 삼성전 후 운동하는데 선수들 표정이 다 죽어있더라. 오늘 게임으로 삼성전 이전의 리듬을 찾은 것 같다"며 "우린 젊으니까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하면 된다. 앞으로도 오늘처럼 자신감 있게 좋은 경기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적 후 첫 승, 그리고 주장으로서 첫 승이라 감회가 새롭다"며 환하게 웃은 김영환, 패기 넘치는 새 소속팀 LG에서 성공적인 농구인생 2막을 열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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