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만수 감독의 1차전 용병술은 독특했다. 1점차 타이트한 승부, 하지만 선수들에게 야구를 맡겼다. 벤치의 개입은 최소화했다. 경기 중 야수 교체가 단 한차례 뿐이었다. 그것도 득점과 직결되는 대타나 대주자가 아닌, 수비강화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가을 DNA'가 있다던 SK 선수들은 이 감독의 자율야구 속에서 한층 진화한 모습을 보였다. 작전 없이도 1점을 짜내는 야구를 펼쳤다.
하지만 2차전에선 달랐다. 1차전에서 '관중1'과 다름없었던 이 감독은 적극적으로 선수를 교체하며 2연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날 교체 투입된 야수는 총 5명이었다.
결과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는 실패였다. '작은 벤치'를 지향했던 SK의 변화는 독이 됐다. 선수들이 언제나 벤치의 의도를 100% 살릴 수는 없지만, 보다 세심한 교체가 필요했다.
6회말 SK는 조인성의 2타점 2루타로 4-1까지 달아났다. 지난해까지 SK 유니폼을 입었던 롯데의 필승카드 정대현을 무너뜨렸기에 기세가 등등했다. 2사 2루 상황. SK 벤치는 8번타자 박진만 타석에서 이재원을 대타로 냈다. 이재원은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나가며 정대현을 끌어내렸고, 곧바로 대주자 최윤석으로 교체됐다.
다음 타자 조동화 타석에서도 모창민이 대타로 나섰다. 모창민은 중전안타를 치며 벤치의 기대에 부응했지만, 2루주자 조인성이 홈에서 아웃되고 말았다.
이렇게 보면 전혀 아쉬울 게 없는 교체였다. 한 방을 갖고 있는 이재원은 분명 박진만보다 높은 확률을 가진 타자이고, 발이 느리기에 최윤석으로 교체할 수 있다. 하지만 7회 대신 유격수로 들어간 최윤석이 선두타자 전준우의 빠른 타구를 잡다 떨어뜨려 내야안타를 허용하면서 그라운드엔 불안감이 퍼졌다. 황재균의 깊은 타구는 백핸드로 잘 잡아내나 싶었지만 완벽히 포구하지 못하며 실책이 됐다. 무사 1,2루 위기, 이는 7회 롯데에게 동점을 허용한 단초가 됐다.
야구에 가정법이란 없지만, 2루주자 조인성을 발빠른 최윤석으로 바꿨다면 어땠을까. 어차피 유격수로 투입될 것이라면 최윤석이 조인성과 교체되든, 이재원과 교체되든 아무 상관이 없다. 이재원은 100%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포수 마스크를 쓰는데 문제가 없다. 이뿐만 아니다. SK에는 1차전에서 훌륭한 수비력을 보인 또다른 정상급 포수, 정상호가 있다.
조인성과 정상호, 최고 수준의 포수를 2명이나 보유했다는 건 SK가 가진 강점이다. 경기 도중 교체가 빈번해질 때, 다른 팀보다 한층 여유있게 경기를 운영할 수 있다. 이는 포스트시즌처럼 긴박한 경기에선 더욱 빛을 발한다.
하지만 SK는 2차전에서 정상호를 끝내 기용하지 않았다. 단기전에서 SK가 점한 우위를 활용하지 못했다. 1차전에서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고는 하지만, 정상호는 공격력 또한 좋은 포수다. 정상호 카드를 쓰지 않은 건 두고두고 아쉬운 선택이다.
5-4로 역전이 된 연장 10회말에도 비슷한 상황이 나왔다. 조인성의 좌전안타로 1사 1,3루가 됐다. 안타 하나면 동점에, 좀더 내다보면 끝내기 승리도 가능한 상황. SK 벤치는 1루주자 조인성을 김성현으로 바꿨다. 그런데 타석에 있는 최윤석은 그대로 뒀다.
물론 스퀴즈를 시도했기에 최윤석이 남아있었겠지만, 정상호의 한 방을 노릴 수도 있었다. 외야플라이 하나면 동점이었다. 6회 아쉬운 교체가 마지막까지도 되풀이되고 말았다.
SK가 2차전을 잡았다면, 적지에서 손쉽게 한국시리즈 직행을 확정지었을 지 모른다. 모든 것은 결과가 말해준다. 2차전의 뼈아픈 패배가 시리즈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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