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환 대타 카드는 분명 놀랄만한 사건이었다.
플레이오프의 향방을 가를 수도 있는 2차전. 조성환은 선발에서 제외됐었다. 발목이 좋지 않은 것이 주된 이유지만 준플레이오프부터 계속된 부진으로 인한 사기저하도 고려된 사항. 그런데 3-4로 쫓아간 7회초 1사 2루서 SK 최고의 좌완 불펜 박희수가 등판하자 조성환이 대타로 나왔다. 대타 작전이 실패하면 양승호 감독은 물론이고 조성환 본인, 롯데팀 전체에 오는 타격은 클 수 밖에 없었다. 조성환이 선수단에서 차지한 위치 때문이다. 조성환은 2000년대 초반 롯데의 암흑기와 후반의 황금기를 모두 겪은 롯데의 터줏대감으로 그의 부진은 선수단의 사기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기대보다는 불안감이 더 컸으나 조성환은 천금같은 동점을 만드는 중전안타를 터뜨렸고 1루에서 두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이전 포스트시즌 5경기에서 보지 못했던 가장 짜릿한 순간. 조성환의 동점타로 연장까지 간 롯데는 끝내 정 훈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5대4의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전 "난 즐기고 있는데 주위에서 너무 걱정을 하신다"며 아무렇지 않다고 했던 조성환은 경기후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결과가 좋아 천만다행이다"라고 한 조성환은 "많이 죄송했다"고 했다.
"위축된 것이 사실이었다"고 말했다. "경험이 있는데도 (실수가) 반복되니까 위축됐다. (털어버리고 싶은데) 사람인지라 그게 잘 안되더라"고 했다. 엄청난 부담속에 들어서는 상황에서 그의 마음을 다독인 것은 양 감독. 박희수에 대비해 대타 준비 지시를 받은 조성환은 "양 감독이 타석에 서기 전 편하게 하라고 하셨는데 용기가 됐다"며 "SK 투수들의 제구력이 좋아 스트라이크를 놓치지 않으려 했고, 가장 자신있는 공을 던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잘 맞은 것 같다"고 했다.
동점타로 어느정도 마음의 짐을 벗은 것 같지만 그는 여전히 짐을 짊어지고 있는 듯. "경기전 홍성흔이 선수들에게 잠실에서 준PO 할 때는 선수단 전체가 즐기는 분위기였는데 1차전에선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라며 상대를 의식하지 말고 집중하고 즐기자고 했다. 그런데 난 사실 그런 것을 느끼지 못했다. 다른 선수들을 챙기기가 힘들었다"며 "후배들한테 미안했다. 아직도 후배들을 챙길 여력이 없는데 홍성흔 얘기대로 상대를 의식하지 않고 즐기고 싶다"고 했다.
실제로 발목이 좋지 않은 상태. "발목이 좋지는 않지만 우리 선수들이 모두 너무 열심히 해서 감히 아프다고 말할 수 없다"는 조성환은 "대타로 타석에 선 것도 후배들이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고 생각한다. 내 역할을 해야한다는 생각 밖에 없다"고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말했다.
이 포스트시즌이 너무 소중하다. 36세의 적지않은 나이. 얼마나 이런 축제에서 뛸 수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더 잘하고 싶었고, 실수에 더욱 아파했다. "타석에 들어설 때 이 상황에서 후회가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는 조성환은 "발목이 좋지 않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겠다. 부러지든지 간에 후회없이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다.
조성환의 부활로 롯데도 다시 생기를 찾았다. 선발진이 불안하다고 하지만 롯데가 3,4차전에서 희망을 찾는 이유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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