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한 달간, 일주일에 두 경기씩 치러야 하는 강행군이다. 그것도 하루에 두 경기를 모두 뛰어야 한다. 현역 선수들도 힘들어할 이 일정을 그라운드를 떠난지 오래 된 코칭스태프가 소화할 수 있을까.
박항서 상주 상무 감독(55)과 구상범 코치, 서동명 코치 등 상주 코칭스태프가 10월 한 달간 유소년 축구 지도를 비롯해 축구 동호인과 경기를 펼치는 재능기부에 나섰다. 이는 상무의 잔여시즌 보이콧과 선수단의 신병교육대 입소로 생긴 한 달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구단과 코칭스태프가 짜낸 아이디어다.
박 감독은 선수로 변신해, 필드를 누볐다. 현역 시절처럼 미드필더로 나서 경기를 조율했다. 한 시대를 풍비했던 스타플레이어와 함께 땀을 흘릴 수 있다는 사실에 상주 지역 축구 동호인들의 호응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러나 의지가 너무 앞서다보면 사고가 일어나는 법. 박 감독, 아니 미드필더 박항서가 쓰러졌다. 지난 14일 구단 직원들과 한 팀을 이뤄 출전한 경기에서 그만 상대 선수의 발에 밟혀 발목 근육을 다쳤다. 경기 시작 10분 만의 일이었다. 일주일 전, 두 경기를 거뜬히 소화했던 그가 2주만에 쓰러진 것. 쩔뚝거리면서 홀로 벤치로 걸어 나온 그는 한 달간 상주에서 열리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시즌 아웃'을 선언했다. 남은 경기 불참이다.
10년 전인 2002년, 한-일월드컵 대표팀 코치로 있으면서 선수들과 연습경기에서 녹슬지 않은 실력으로 태극전사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박 감독이다. 10년이란 세월의 흐름을 이길 수 없었나보다. 부상을 한 박 감독은 멋쩍은 듯 웃기만 했다. "오랜만에 경기에 뛰려니 힘들어 죽겠다. 그래도 지난주보다 몸 상태가 올라와 이번에 제대로 뛰어보려 했는데…."
느낀 바도 많다고 한다. "컨디션이 좋을 때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고 하는데 내가 딱 그렇다. 앞으로 선수들에게 이 부분을 다시 강조할 수 있게 됐다"며 애써 위로했다. 그러나 부상 이후 자신을 방치한 의무지원팀에 대한 '독설'은 서슴지 않았다. "빨리 복귀하기 위해서 재활해야하는데 트레이너들이 치료도 안해준다. 선수들이 다치면 그렇게 많이 신경 쓰면서…. 트레이너들이 놀고 있다. 가만 두지 않겠다."
반면 1m96의 장신인 서동명 골키퍼 코치는 미드필더로 변신해 상주 리그를 휘어잡고 있다고 한다. 상주 관계자는 "골키퍼 출신이라 킥이 정말 강하다. 특히 코너킥 때마다 공격에 가담해 헤딩골을 넣고 있다"며 엄지를 치켜 세웠다. 박 감독의 활약에 대해서는 "열심히는 뛰신다"며 짧게 답했다.
박 감독은 당분간 경기에 나서지 못하지만 유소년 지도에 전력을 다할 예정이다. 그는 "처음에는 걱정도 많았는데 오랜만에 유소년 선수들을 지도하니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다"고 밝혔다. 선수단이 체육부대로 복귀하는 11월까지, 박 감독의 외도(?)는 계속 될 것 같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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