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경기입니다. 몸에 맞는 공이 나왔다고 해서 꼭 사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SK와 롯데의 플레이오프 3차전. 양팀의 치열한 승부에 사직구장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선발투수 고원준도 긴장을 하기는 마찬가지. 4회 선두타자 최 정을 맞은 고원준은 최 정의 왼쪽 어깨를 강타하는 공을 던지고 말았다. 최 정은 그대로 그라운드에 쓰러져 장시간 고통을 호소했다.
문제는 1루로 걸어나가는 최 정에게 투수 고원준이 사과를 했느냐는 점. 야구에서 사구는 항상 발생하는 상황이지만 이날 최 정의 경우에는 큰 부상으로 연결될 수 있었기 때문에 민감한 상황이었다. 보통 부상 위험이 큰 부위에 공을 맞히는 경우 투수가 모자를 벗어 사과의 표시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고원준은 이날 적극적인 사과의 제스처를 취하지 않았다. 4차전 경기를 앞두고 만난 고원준은 "경기를 떠나 당연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이어 "1루에 걸어나가는 최 정 선배를 의식하기는 했는데 마운드쪽으로 눈길을 돌리지 않으셨다"며 적극적으로 사과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
팀의 맏형 홍성흔도 고원준의 입장을 대변했다. 홍성흔은 "선수는 몸이 재산이다. 위험한 부위에 사구를 맞는 장면이 나오면 안된다"고 전제하며 "정규시즌에는 선후배를 떠나 사과의 표시를 할 수 있다. 적이지만 다같은 동료들이지 않나. 하지만 포스트시즌과 같이 큰 경기는 말그대로 전쟁이다. 계속해서 싸워야하는 상대다. 적극적으로 사과하지 않았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될건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사건 당사자인 최 정의 반응도 같았다. 경기 전 최 정은 "큰 경기에서는 투수가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며 별 문제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만약, 고의성이 있다거나 사과를 받아야한다고 생각했다면 최 정이 고원준에게 암묵적인 의사표시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 정은 마운드쪽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은 채 1루로 묵묵히 걸어나갔다. 사구에 고통은 따랐지만 감정적으로 격해질 문제는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뜻이 아니었을까.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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