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칫날 분위기는 썰렁했다. 활짝 웃어야 할 가을밤은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진 채 을씨년스런 바람 속에 차갑기만 했다.
22일 충북 보은군공설운동장에서 열린 2012년 IBK기업은행 WK-리그 챔피언결정 1차전에는 여자 축구계 인사들이 총출동 했다. 경기가 중요했지만, 해체가 결정된 수원FMC<스포츠조선 10월 15일 단독보도>가 주된 화제로 떠올랐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이성균 수원FMC 감독은 "좀 더 발전적인 방향이 제시됐다면 선수들을 모두 데려와 경기를 볼 생각이었다"고 착잡함을 감추지 않았다. 여자 축구계의 한 관계자는 "수원시의 이날 결정으로 다른 팀들이 연쇄적으로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장 한구석에는 '근조 수원시설 여자축구단 시민의 것'이라는 검은 걸개가 걸렸다. 잔칫집이라기보다 초상집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은 여자 축구의 운명이다. 하지만 그라운드 위에 선 선수들은 투혼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경기에서는 2009년 첫 시즌부터 4연속 준우승에 그친 인천현대제철이 '디펜딩챔피언' 고양대교를 꺾으면서 사상 첫 우승에 다가섰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선수들은 얼싸안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환호하는 이들을 애처로운 눈길로 지켜볼 수 밖에 없는게 안타까울 뿐이었다.
보은=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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