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가을야구의 '전설'은 없었다.
녹화방송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SK가 22일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승리하면서 3승2패로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 프로야구 30년 역사상 특정팀의 한국시리즈 연속 진출 기록을 6번으로 늘린 쾌거였다.
여기에 삼성과 한국시리즈에서 또 격돌하게 됨으로써 3년 연속 삼성-SK의 한국시리즈가 연출됐다. 이 역시 프로야구 사상 처음이다.
이전에는 특정 두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만난 최다 연속기록은 2년 연속으로 세 차례있었다.
지난 1986∼1987년에는 해태와 삼성, 1988∼1989년엔 해태와 빙그레가 각각 만났다. 2007∼2008년엔 SK-두산이 재방송을 연출했다.
결국 올시즌 가을잔치에서도 이변은 없었던 것이다.
SK 팬들에게는 신나는 일이지만 롯데팬들에게는 땅을 칠 노릇이었다. 롯데는 1999년 이후 13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렸다.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면 1992년 이후 20년 만에 우승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특히 1984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승리했던 추억을 안고 있는 롯데팬들은 삼성과의 '어게인 1984'를 더욱 학수고대했다.
올시즌 포스트시즌에서 롯데는 시작은 좋았다. 두산과의 준PO에서 2년전 2연승 뒤 리버스 스윕 패배를 설욕했다. 특히 지난 12일 두산과의 준PO 4차전에서 준PO 20년 만에 홈구장 승리를 거두면서 지독한 '사직 트라우마'도 벗어던지며 가을잔치 흥행에 다시 불씨를 댕겼다.
지난해에 이어 재방송으로 펼쳐진 SK와의 PO에서도 승-패를 잇달아 나눠갖는 접전 끝에 5차전을 맞아 초반 3-0으로 앞서나가며 이변을 예고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 뿐이었다. 결국 SK 징크스에서 탈출하지 못한 롯데의 반격 시리즈는 허망하게 날아가고 말았다.
"나이 50대 이상의 롯데 팬들은 죽을 때까지 롯데가 우승하는 일을 보기는 힘들 것 같다"는 야구인들과 팬들의 허탈감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신 작년과 똑같은 그림의 삼성-SK전이 남았다. 어찌보면 해마다 이맘때면 또다시 재현되는 녹화방송같아서 흥미가 떨어져 보일 수도 있다.
롯데가 한 번 올라와서 28년 전의 명승부를 재현하면 프로야구 흥행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롯데팬과 야구계의 바람이 편협된 것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삼성-SK팬 입장에서는 채널을 돌리고 싶을 만큼 식상한 '명절 특선영화'가 아니라 보고, 또 보고 싶은 유쾌한 인기방송이다.
재방송이지만 흥미를 끄는 관전포인트도 있다.
지난 2시즌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만난 삼성과 SK는 1번씩 챔피언 반지를 나눠가졌다. 이번에 진검승부를 가려야 한다.
특히 SK가 한국 프로야구판에 등장(2000년 창단)하고 난 뒤 12년 동안 한국시리즈에 가장 많이 진출한 팀이 바로 삼성과 SK다. 올시즌을 포함해 삼성은 총 8번, SK는 7번이나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양대산맥이다.
이 가운데 우승 횟수에서도 삼성은 4번, SK는 3번으로 박빙의 강호열전을 보이고 있다.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성사된 3년 연속 삼성-SK전. PO에서 가로막혔던 이변의 드라마가 어떻게 펼쳐질지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날 인천 문학구장에서는 경기가 끝난 뒤에도 한동한 자리를 떠나지 않은 롯데팬과 SK팬의 마무리 격려응원이 있었다. 대표 응원가 '부산 갈매기'와 '연안부두'가 울려퍼졌다.
풀죽은 롯데팬들은 '부산갈매기' 한 곡으로 먼저 발길을 돌렸고, SK팬들은 늦은 시간까지 남아 삼성전 재방송의 기쁨을 만끽했다.
인천=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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