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의 결정으로 다른 팀들이 연쇄적으로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누구도 웃을 수 없었다. 분위기는 무겁기만 했다. 모두에게 남의 이야기같지 않았다. 아니, 바로 여자축구의 현실이었다. 현실은 냉혹했다.
22일 충북 보은군공설운동장. 2012년 IBK기업은행 WK-리그 챔피언결정 1차전이 벌어졌다. 여자 축구계의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당연히 잔칫집이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해체가 결정된 수원FMC<스포츠조선 10월 15일 단독보도> 탓이었다.
수원시는 이날 수원시설관리공단에 여자 축구 선수단(수원FMC) 해체 결정을 공식 통보했다. 공문을 통해 '(수원시는) 구단 운영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여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강우한 결과, 수원시의 직장운동경기부를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재편하기 위하여 팀을 해단하기로 결정되었음을 통보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원시설관리공단 측에 '여자 축구단 해단과 관련하여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리하기 바라며, 선수단의 사후 정리와 지원에 철저를 기하여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선수단 운영 시기 및 해고되는 감독 및 코칭스태프, 선수들의 생계 대책 등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는 일방적인 '통보'다.
수원시는 최근 수원FMC가 2008년 창단 이래 저조한 성적에 그쳤고, 지역 내 초중고 여자축구팀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2010년 WK-리그 우승 및 여자축구선수권 우승 등 지난 역사는 외면했다. 시장 선거 전 선수단을 찾아 각종 지원을 약속했던 염태영 수원시장은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똑같은 입장을 되풀이 했다. 이에 이성균 수원FMC 감독과 선수들이 반발했고, 일부 팬을 중심으로 '수원FMC 해체 반대 서명운동' 등이 전개됐다. 하지만 수원시는 귀를 닫았다. 염 시장의 블로그에는 수원FMC 해체 결정 철회 및 약속 이행을 요구하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댓글이 폭주하자 일부를 지운 뒤 다시 글을 올려 '시 정책이나 진행사업에 대한 의견은 수원시청 홈페이지에 올려주기 바란다. 개인 블로그이기 때문에 시민의 답에 빠른 답을 드리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분위기속에 축제는 없었다. 경기장을 찾은 이성균 수원FMC 감독은 "좀 더 발전적인 방향이 제시됐다면 선수들을 모두 데려와 경기를 볼 생각이었다"고 착잡함을 감추지 않았다. 여자 축구계의 한 관계자는 "수원시의 이날 결정으로 다른 팀들이 연쇄적으로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장 한구석에는 '근조 수원시설 여자축구단 시민의 것'이라는 검은 걸개가 걸렸다.
한편, 경기에서는 2009년 첫 시즌부터 4연속 준우승에 그친 인천현대제철이 '디펜딩챔피언' 고양대교를 꺾었다. 후반 6분에 터진 이예은의 결승골로 1대0으로 승리, 우승에 한발짝 다가섰다. 이날 승리로 인천현대제철은 29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릴 2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사상 첫 우승을 달성할 수 있게 됐다. 보은=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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