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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대구에서 실종된 SK 수비야구

by 민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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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지난해까지 최근 5년 동안 3차례 우승. 2000년대 중반 이후 한국 프로야구 최강팀으로 꼽히는 SK가 이룬 빛나는 성과다. SK는 야구를 잘 하지만 재미가 없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실수가 적고 빈틈을 찾기 어려워 드라마(?)가 안 나온다는 얘기다. 공격력이 화려하지 않지만 치밀한 팀 플레이로 상대 투수진과 수비진을 압박한다. 선발부터 중간, 마무리까지 마운드도 톱니바퀴처럼 정확하게 가동된다. SK 선수들에게는 야구를 알고 스스로 경기를 풀어간다는 극찬이 따라다닌다. 'SK답다'는 말은, '야구를 얄미울 만큼 잘 한다'는 말과 동의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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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대구에서 SK의 'SK스러운' 야구가 실종됐다. 2012년 팔도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2차전 이틀간 벌어진 일이다. 'SK 야구 실종사'건을 한 번 뜯어보자.

SK다운 야구의 근간이면서, SK를 SK스럽게 만든 건 뭐니뭐니해도 견고한 수비다. SK는 올시즌 63개의 수비 실책으로 팀 최소 실책을 기록했다. 팀 타격이 5위(2할5푼8리), 팀 자책점이 4위(3.82)인데도 정규시즌 2위에 오르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곳도 강한 수비의 힘이 컸다. 내외야 전포지션에서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수비수, 수비의 달인들이 포진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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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수비수들은 타구의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귀신처럼 잡아낸다. 안타가 될 타구를 외야 플라이로 만들고, 2루타가 될 타구를 단타로 처리하며, 적시타 때 상대 주자가 홈을 쉽게 넘보지 못하게 하는 게 SK다운 수비다. 빼어난 수비능력과 철저한 분석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무대 한국시리즈에서는 딴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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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2차전 삼성의 3회말 공격. 1사 2,3루에서 삼성 1번 배영섭이 때린 타구가 중견수 쪽으로 날아갔다. 배영섭이 친 공은 SK 중견수 김강민의 머리 위로 넘어가 2타점 2루타가 됐다. 이 한방으로 0-0의 균형이 깨졌고, 분위기는 삼성쪽으로 넘어갔다. 이때 김강민은 평소보다 훨씬 전진수비를 하고 있었다. 배영섭이 단타 위주의 타격을 하고, 플라이가 나올 경우 3루주자를 홈에서 잡고, 적시타가 나오더라도 2루 주자의 홈인만은 막겠다는 의도였다.

만일 김강민이 정상수비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국내 최고의 수비력을 갖춘 김강민이라면 펜스를 직격할 만한 타구도 플라이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날 배영섭의 타구는 무난히 플라이로 처리할 수 있었다. 물론, 김강민 개인의 실수라기보다는 수비 시프트를 잘못 쓴 벤치의 판단미스라고 봐야 한다. 공교롭게도 가장 중요할 때 치명적인 오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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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1차전 때도 수비에서 치명적인 문제가 터졌다. 삼성이 2-1로 앞서던 7회말 1사 2루. 삼성 배영섭이 친 공이 크게 바운드가 되어 중견수쪽으로 흘러가는듯 했는데, SK 2루수 정근우가 총알처럼 2루 베이스 뒤편으로 달려가 공을 낚아 챘다. 정근우의 호수비였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정근우는 3루를 돌아 홈으로 뛰어가다가 멈칫하고 있던 2루 주자 강명구를 보고 갈팡질팡했다. 강명구는 얼떨결에 그대로 홈으로 질주했고, 정근우는 강명구가 3루로 귀루할 것으로 예단하고 3루로 공을 던졌다. SK 3루수 최 정도 그 순간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 최고의 내야 수비수로 꼽히는 정근우와 최 정의 순간적인 판단 실수로 추가점을 내준 SK는 결국 1대3으로 패했다. 평소와 달랐던 정근우, 최 정의 실수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SK의 견고한 수비는 선수들의 풍부한 경험에서 나온다. 큰 경기를 수없이 치르면서 야구기계처럼 완벽에 가까운 수비능력을 체득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1,2차전에서 SK는 가장 믿었던 수비에서의 실수로 SK다운 모습을 잃었다. 최우선으로 믿는 도끼에 찍힌 발등이라 더 아프다.


대구=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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