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그의 별명 '짐승'같았다.
삼성 안지만의 137㎞ 슬라이더를 통타한 타구가 좌측 펜스를 넘어가자, 김강민은 1루 베이스를 돌면서 '짐승'같은 포효를 했다. 하늘 높이 날아오르면서 오른주먹을 아래에서 위로 휘두르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한국시리즈 개인 첫 홈런. 그는 "그냥 기뻤다. 너무 과한 세리머니가 나왔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포스트 시즌 공격에서 그의 울부짖음은 처음있는 일이었다. 그럴 만 했다.
그의 별명은 '짐승(beast)'다. 성격은 온순하다. 튀는 행동도 거의 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전형적인 모범 선수다. 그러나 그의 수비 포지션인 중견수로 나서면 얘기가 달라진다. 타고난 퍼스트 스텝으로 믿기지 않은 수비능력을 뽐낸다.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와 경험, 그리고 감각적인 움직임으로 타구를 잡아낸다. 한마디로 경이적이다. 레벨 자체가 다르다.
그의 믿기지 않는 수비범위에 감탄한 야구팬이 지어준 별명이 '짐승'이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최형우의 안타성 타구를 그대로 다이빙 캐치했다. 김강민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수비였다.
경북고 시절 그는 투수였다. 2001년 프로 데뷔 이후 투수로서 빛을 보지 못했다. 김강민은 "투수를 계속 고집했다. 하지만 구단에서는 내야수 요원으로 뽑았다. 성과가 나지 않아서 고집을 부릴 수 없었다. 내야수로 전업했지만, 2군에서 뛸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다시 외야수로 전업했다. 2005년까지 1, 2군을 들락날락했지만 결국 주전으로 도약했다.
타격에 약점이 있었다. 그의 프로통산 평균 타율은 괜찮다. 2할7푼4리다. 2010년에는 3할1푼7리의 고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날카로운 스윙을 가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정확성은 떨어진다.
이유가 있다. 그의 타격은 배트 헤드의 원심력을 주로 이용한다. 상대 투수의 구질을 보고 궤적을 예측해 스윙을 한다. 때문에 맞는 면적 자체가 그리 넓지 않다. 따라서 장타를 터뜨리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정확성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포스트 시즌에서 그렇게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진 못했다. 공격에서 2% 부족함을 수비에서 메웠다.
올해 김강민은 유난히 힘겨웠다. 페넌트레이스에서 잔부상이 있었다. 포스트 시즌에서도 침체가 이어졌다.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18타수 4안타, 2할1푼1리에 그쳤다.
한국시리즈 1, 2차전에도 그랬다. 7타수 1안타. 하지만 김강민도 한국시리즈 5연속 출전의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침착하게 스윙을 줄이면서 타격 컨디션을 끈질기게 끌어올렸다.
28일 인천에서 열린 3차전. 3회 중전 적시타로 타격을 조율한 김강민은 8-7로 SK가 살얼음판 리드를 하던 6회 기회가 왔다. 2사 2루 상황에서 삼성 배터리는 박정권을 고의4구로 내보낸 상황. 비교적 만만한 김강민을 상대하겠다는 의중.
하지만 선택은 완벽히 잘못됐다. 초구는 147㎞ 패스트볼. 하지만 스트라이크 존에서 벗어났다. 카운트를 잡아야 하는 순간. 김강민은 "그냥 1타점만 올리자는 생각이었다. 아무 생각없이 공만 집중하고 있었다"고 했다.
삼성 안지만은 실투를 던졌다. 138㎞ 슬라이더가 한 가운데로 들어왔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던 김강민은 그대로 휘둘렀다.
2연승을 하고 있는 삼성에게는 충격파. SK에게는 기사회생의 상징이었다. 한국시리즈의 분위기 자체를 바꿔놓은 김강민의 한 방이었다. 인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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