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우승은 베테랑간의 기싸움에 달려있다.
베테랑이 신바람을 낼수록 팀은 하나가 되고 강해진다. SK는 2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모처럼 타선이 폭발해 12대8로 이기며 2패뒤 1승을 기록했다. 6회 3점 쐐기홈런을 터뜨린 김강민과 톱타자로 내야를 휘저은 정근우가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꼽혔다. 그러나 숨은 조력자가 있었다. 바로 박진만이다. 이날 박진만은 8번 유격수로 선발출전해 4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SK가 5-7로 뒤지고 있던 6회말 6점을 뽑아내며 전세를 뒤집을 때 박진만이 선두타자로 나가 좌월 2루타를 날리며 포문을 열었다. 4회에는 솔로홈런을 터뜨려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포스트시즌(101경기)과 한국시리즈(55경기) 최다출전 기록을 경신해가고 있는 박진만이 모처럼 '가을의 사나이'로 맹활약하자 SK 동료들도 덩달아 힘을 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경기후 "박진만을 막지 못한 것이 패인이다"라고 했을 정도다.
삼성은 지난 24일 대구에서 열린 1차전에서 이승엽의 선제 투런홈런으로 3대1로 승리했다. 8년간의 일본 프로야구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라이언킹' 이승엽의 홈런포가 삼성 선수들의 '기'를 북돋워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2차전에서도 삼성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3회 이승엽이 고의성 짙은 볼넷을 얻어내며 대량득점의 발판을 마련한 덕분이었다. SK 이만수 감독은 "1차전 윤희상의 실투하나가 이승엽을 살려줬다"고 했다. 이승엽은 이날 3차전에서도 3회 2타점 적시타를 비롯해 5타수 2안타 2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이승엽의 활약에 가장 고무된 삼성 선수는 최형우다. 지난 2일 만루홈런을 터뜨린데 이어 3차전서는 3회 스리런포를 날렸다. 한국시리즈서 터뜨린 2안타가 모두 홈런으로 벌써 7타점을 기록중이다.
이처럼 베테랑의 활약은 팀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 예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없이 많다. 뉴욕 양키스가 올해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4연패의 굴욕을 당했는데, 근본적인 원인으로 '캡틴' 데릭 지터의 부상 이탈을 꼽는 이들이 많다. 지터는 1차전서 수비를 하다 왼쪽 발목 골절상을 입어 그대로 시리즈를 마감했다. 선장을 잃은 양키스호 선원들은 방향을 잃은 채 단 한 경기도 잡지 못하고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이승엽과 박진만은 똑같이 76년생으로 경험과 실력으로 따지면 양팀을 대표하는 중심 베테랑들이다. 포스트시즌 기록을 살펴봐도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화려하다. 이승엽은 1차전 투런홈런으로 포스트시즌 통산 최다 홈런 타이기록을 세웠다. 두산의 외국인 타자였던 타이론 우즈와 똑같이 13개를 기록했다. 2001년에는 최다연속경기 타점 기록(9경기)을 세우기도 했다. 박진만은 이번이 한국시리즈 10번째 출전이다. 그동안 받은 우승 반지만 6개나 된다. 현역 선수 가운데 가장 많다.
두 선수 모두 한국시리즈같은 큰 경기에서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슨 말을 해야 팀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경기전 덕아웃을 유심히 지켜보면 두 선수가 심각한 표정을 짓거나 웃음을 지어보일 때가 있는데 그 뒤에는 숨은 뜻이 있는 경우가 많다. 4차전 이후 분위기가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는 알 수 없으나, 한국시리즈 MVP 후보로 이승엽과 박진만을 눈여겨볼 필요는 분명히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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