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종종 듣는 얘기가 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어떤 업무와 지위에 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성향이 변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인데,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업무에는 사적인 감정이나, 옳고 그름을 떠나 자신이 속해 있는 업무나 팀의 이익을 우선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한화 이글스 신임 사령탑에 선임된 김응용 감독의 발언이 야구팬들 사이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팀내 에이스이자 팀 전력의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에이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 여부를 두고 빚어진 논란이다.
김응용 감독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 시즌이 끝나고 구단의 승인 여하에 따라 해외진출이 가능한 류현진에 대해 내년 시즌 메이저리그 진출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응용 감독이 류현진의 해외진출에 대해 처음으로 명확하게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과 야구팬들은 김응용 감독이 한 입으로 다른 소리를 했다면서 비난을 가하고 있다. 다름 아니라 한화 이글스 감독으로 부임하기 이전 야구계의 원로로서 류현진은 반드시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던 것을 두고 거론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에 대해 김응용 감독이 비난의 화살을 받아야 되는 것인지는 이해가 가기 어렵다. 야구계의 원로로서의 김응용 감독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그리고 한국야구의 수준 향상을 위해 류현진 같은 실력 있는 선수들이 해외에서 기량을 더 쌓아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김응용 감독 뿐만 아니라 야구계의 다른 원로들도 방법에만 견해가 다를 뿐 똑 같은 결론을 밝혔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김응용 감독의 처지는 다르다. 이제 한화 이글스라는 한 구단의 수장으로서 당장 내년 시즌부터 기대에 걸맞은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엄밀히 말하면 김응용 감독은 한화 이글스 구단에 고용된 '월급쟁이'이다. 김응용 감독이 이글스 감독으로 부임할 당시 일각에서는 야구 원로로서 더 많은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아쉽게 일정 부분은 포기할 수 밖에 없다면서 아쉬워한 바 있다. 바로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김응용 감독의 발언도 같은 맥락으로 볼 필요가 있다.
솔직히 한화 이글스의 현재 전력은 그 동안 김응용 감독이 맡아왔던 전성기 시절의 해태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와는 확연한 수준 차이가 느껴지는 상황이다. 나쁘게 말하면 IMF 직격탄을 맞은 이후 구단 살림이 휘청거리면서 주축 선수들을 내다 팔은 1999년, 2000년 시즌의 해태 타이거즈의 전력과도 그다지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이다. 그만큼 이글스의 전력은 솔직히 형편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희망을 걸게 하는 요소는 타자들의 지원을 아주 적당히 받아도 한 시즌에 충분히 15승을 거둘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에이스 류현진의 존재이다. 류현진을 주축으로 젊은 투수들이 성장해주고, 수비와 주루플레이 등 기본적인 요소가 잘 갖춰진다면 이글스는 최소 시즌 15승 이상은 추가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그런 우수한 인재를 보유하고 있는 리더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인재를 내줄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무작정 붙잡아서 선수의 미래를 망쳐서는 안될 것이다. 하지만 류현진은 완전한 FA 신분이 아닌 상황이다. 2시즌을 더 뛰면 구단이 붙잡고 싶어도 자신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팀을 옮길 수 있고, 해외 진출이 가능하다.
류현진은 프로에 입단해서 아직 우승을 맛보지 못하였다. 입단 첫 해, 2006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여 준우승을 차지한 것이 최고의 팀 성적이다. 물론 내부적으로 선수 육성에 실패하고 투자에 인색했던 구단의 어리석은 운영에 의해 팀 전력이 망가지다 보니 류현진 홀로 외롭게 버티고 있었던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지난 시즌부터 이글스는 과감한 투자를 시작했고, 이제 서산 2군 전용훈련장도 완공되어 본격적인 팜 시스템 육성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리고 최고의 승부사 김응용 감독이 들어왔다. 물론 2년 이내에 이글스가 우승을 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상당히 희박하다. 하지만 김응용 감독의 지도 하에 젊은 선수들의 잠재력이 터져 준다면 어디까지 뻗을 수 있을지도 가늠할 수 없는 팀이 바로 이글스이다.
류현진으로서는 무엇보다 심적으로 많이 지쳐 있을 것이다. 올 시즌 리그 최정상급의 스탯을 기록하고도 10승 달성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비단 올 시즌 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 동안 그래왔다. 하지만 류현진 본인도 새로운 감독, 그것도 국내 최고의 승부사인 김응용 감독을 만났기 때문에 새로운 동기부여가 가능한 상황이다.
어깨가 소모된다고 하지만, 류현진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유연함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해를 거듭할 수록 타자들과의 승부요령이나 게임을 보는 시야가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앞으로 두 시즌 동안 류현진은 몸값을 더 많이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 2년 후 류현진은 한국 나이로 28세가 된다.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전성기를 누릴 수 있는 시점이다.
김응용 감독도 무조건 해외진출 불가를 못박는 것보다는 류현진에게 동기부여를 충분히 시켜주고, 에이스가 홀로 고군분투 하는 횟수를 줄일 수 있도록 팀 전력을 강화시킬 책임이 있다.
그리고 구단은 최고의 승부사를 영입한 만큼 그에 걸맞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 첫 번째 시험대가 바로 대전구장 외야확장 이다. 김응용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대전구장의 좁은 외야 환경 때문에 투수들과 야수들의 전력 발휘에 방해가 된다고 하면서, 펜스 확장을 요청한 바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글스와 대전시는 대전구장 증축을 두고 어설픈 행정지연으로 결국 시즌 개막이 되고서도 공사를 완료하지 못하였다. 시즌 개막 후 한달 동안 이글스는 청주에서 원정 경기와 다를 바 없는 홈경기를 치른 바 있다. 이는 결정적인 성적 하락 원인 중의 하나가 되었다.
이제 내년 시즌을 앞두고, 이글스와 대전시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승부사가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데 서둘러야 할 것이다.
김응용 감독과 이글스 구단, 그리고 대전시 모두 시험대에 올라와 있다. 과연 어떻게 극복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양형진 객원기자, 나루세의 不老句(http://blog.naver.com/yhjmania)>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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