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전의 완결판인 한국시리즈는 수많은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다.
극도의 긴장감 속에 아무리 경험이 풍부한 선수라도 돌발상황에 대처하기 쉽지 않다. 너무나 괴팍한 이런 변수의 희생양은 늘 있어왔다. 이번에는 이승엽이었다.
2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 4차전.
삼성 선발 탈보트와 SK 김광현은 경기 초반 호투했다. 안정감의 측면에서 탈보트가 우위였다. 140㎞ 후반대의 패스트볼과 스트라이크 존에서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서클 체인지업으로 전날 12점을 내며 기세가 등등했던 SK 타선을 농락했다.
반면 김광현은 역시 제구력에서 불안감이 있었다. 공이 전반적으로 높았다. 150㎞ 안팎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로 삼성 타선을 요리했지만, 불안불안했다.
결국 현실이 되는 듯 했다. 4회 김광현은 위기를 맞았다. 이승엽에게 2루수 앞 내야안타를 허용한 뒤 타격감이 좋지 않은 박석민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과정이 매우 좋지 않았던 무사 1, 2루.
다음 타자는 한국시리즈에서 홈런만 2개를 때려낸 최형우. 148㎞의 바깥쪽 직구가 방망이 끝에 걸렸다. 평범한 우익수 플라이.
그런데 이승엽은 착각했다. 최형우의 타구가 배트 끝에 맞았기 때문에 충분히 우전안타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결국 3루로 향하다 비명횡사를 당했다. 주루 미스였다. 베테랑 이승엽에게서 나온 실책이라 충격은 더했다.
반면 벼랑 끝에 몰렸던 김광현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승엽의 실책으로 급속히 안정감을 되찾았다. 결국 강봉규를 3루수 앞 땅볼로 처리하고 실점없이 4회를 넘겼다.
기세 싸움에서 밀린 삼성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반면 2연패 후 1승을 거둔 SK의 덕아웃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확실히 야구에서 공수는 매우 유기적이었다. 곧바로 그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득점찬스를 놓치자 너무나 안정적이었던 탈보트가 미세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근우의 잘 맞은 타구가 유격수 김상수의 호수비에 잡혔지만, 물밑으로 흐르는 분위기를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박재상이 풀카운트 접전 끝에 탈보트의 한가운데 높은 144㎞ 패스트볼을 그대로 받아쳐 우측 펜스를 넘겼다. 다음 타자 최 정도 탈보트가 자랑하던 127㎞ 서클체인지업을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겼다. 백투백 홈런. 끝이 아니었다.
이호준의 2루타와 김강민의 적시타로 3점째를 허용했다. 3-0 SK의 리드. 이승엽의 실책으로부터 시작된 분위기 반전. 더욱 뼈아픈 것은 한국시리즈의 최대승부처 중 한 장면에서 이런 실수가 나왔다는 점이다. 베테랑도 긴장하게 만드는 한국시리즈의 돌발변수. 확실히 우승으로 가는 길은 만만치 않다. 인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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