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잡아놓고 욕 먹었다니까요."
SK 송은범은 평소 호쾌한 삼진을 잡거나, 위기를 넘겨도 좀처럼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다. 그저 마운드에서 씩 웃는 게 전부다. 하지만 지난 2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은 달랐다.
송은범은 3-0으로 앞선 6회초 무사 1,2루 위기에 선발 김광현을 구원등판했지만, 폭투와 희생플라이로 1점을 내줬다. 정형식에게 몸에 맞는 볼까지 내줘 다시 2사 1,2루 위기를 허용했다. 하지만 송은범은 이만수 감독이 믿는 '두번째 투수'였다. 조동찬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송은범은 껑충 뛰었다.
마운드에서 평소와 달리 껑충 뛴 송은범은 양팔을 교차로 돌렸다. 세리머니를 많이 안 해봐서 였을까. 멋있어야 할 이 동작이 어딘가 어색했다. 매우 높게 뛰긴 했지만, 소위 말하는 '폼'이 나질 않았다.
5차전이 열린 31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송은범은 "타자를 잡아내고도 욕 먹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어색한 세리머니 탓에 덕아웃에서 동료들에게 한 소리 들었다는 것. 한 동료에겐 '정신병자' 같았다는 말까지 들었다.
송은범은 "나도 내가 왜 펄쩍 뛰며 팔을 돌렸는지 모르겠다. 주변에서 탈춤추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내 "그 정도로 기분이 좋았나 보다. 그 상황에서 기분이 안 좋은 사람이 어딨겠나"라며 웃었다.
자신도 모를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던 그는 이내 "광현이의 기운을 받아서 그런가 보다"라고 했다.
김광현은 평소 마운드에서 감정 표현을 잘 하는 투수. 특히 삼진을 잡거나 고비를 넘길 땐 주먹을 쥐며 포효하는 특유의 동작이 있다. 송은범은 "김광현 효과라고 하지 않나. 광현이의 세리머니는 우리에게 에너지를 준다. 광현이가 교체되면서 나랑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래서 그런가보다"라고 했다.
김광현 효과, SK 선수들의 과감한 세리머니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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