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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잠실 중립경기, 꼭 해야 하나?

by 이명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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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잠실에서 한국시리즈가 열렸다. 매년 한국시리즈 마다 찾아오는 불청객, 바로 중립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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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대회요강을 보면 제40조 '한국시리즈 경기의 순서 및 변경'에 아예 1~2차전은 페넌트레이스 우승팀 홈구장, 3~4차전은 플레이오프 승리팀 홈구장, 5~7차전은 서울종합경기장으로 명시가 돼 있다.

단, 예외조항이 두 가지 있다. 관중 2만50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구장을 보유한 서울팀이 매치업에 포함되거나, 관객 2만50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구장을 보유한 서울팀간 또는 지방팀간의 경기다. 이 경우 정규시즌 우승팀 구장에서 1,2,6,7차전을 치르고, 플레이오프 승리팀 구장에서 3,4,5차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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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석 대구구장 vs 2만6000석 잠실구장

잠실을 홈으로 쓰는 두산과 LG가 한국시리즈에 올라오면 중립경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이 두 팀이 없을 땐, 주인 없는 야구장에서 손님들끼리 잔치를 하는 셈이 된다. 현재 구장 상황상 2만50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구장을 보유한 SK와 롯데가 맞붙지 않는 한 잠실 중립경기를 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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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주인 없는 잔치가 생긴 걸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관중 수입 문제다. 이번 한국시리즈를 보자. 1차전과 2차전이 열린 대구구장은 1948년 건립됐다. 현재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프로구장이다. 최대 수용 인원은 고작 1만명. 1차전과 2차전 관중 수입은 각각 2억8443만9000원, 2억8549만1000원이었다

잠실구장을 보자. 5차전과 6차전 모두 2만6000석 매진에 관중 수입은 각각 9억1382만9000원, 9억364만원. 대구구장과 잠실구장을 비교했을 때 6억 이상 차이가 난다. 여기서 '수도권에 두텁게 분포된 지방구단 팬들을 위해'라는 명분이 성립되는 것이다. 굳이 연고지가 아니어도 잠실구장은 가득 찬다. 1차적인 문제는 열악한 구장을 보유한 지방구단이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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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선수들이 2012 팔도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SK 와이번스를 7대0으로 눌러 우승을 확정짓고 환호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2.11.01/

주인 없는 가을잔치, 선수들은 피곤하다

하지만 주인 없는 구장에서 하는 야구는 불편하기만 하다. 가뜩이나 잠실구장은 두산과 LG가 함께 사용하는 탓에 정규시즌 때도 원정팀에겐 열악한 환경으로 악명이 높다. 평소 잠실로 원정온 선수들이 3루 덕아웃 뒤 비좁은 복도에 장비를 일렬로 세워두는 건 이제 익숙한 풍경이다. 선수들이 식사와 휴식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비좁기 그지 없다.

그런데 한국시리즈 중립경기 땐 1루 쪽 덕아웃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원래 홈팀이 사용하는 공간이라 편의시설이 따로 없다. 3루 쪽 덕아웃 뒤엔 원정 감독실과 2개의 휴게실이 있지만, 1루 쪽엔 휴게실이 하나 있을 뿐이다. 이번에도 1루 쪽 덕아웃을 사용한 SK는 감독실이 따로 없어 두산의 선수 휴게실을 임시로 사용했다.

5~7차전까지 경기를 치를 덕아웃 선택권을 갖는 페넌트레이스 우승팀이 주로 3루를 선택하는 이유다. 평소 잠실 원정을 왔을 때의 익숙함도 있지만, 1루 덕아웃이 생각보다 불편하다는 인식이 있다. 평소 안 좋은 3루 덕아웃에, 이젠 1루까지 상황이 악화된다. 최악이다.

양팀 모두 라커룸은 사용할 수 없다. 두산과 LG 선수들의 개인공간이기 때문이다. 양해를 구해 쓰는 건 웨이트장과 샤워실 정도다.

경기 전 훈련을 마친 선수들은 제대로 휴식할 공간도 없다. SK 관계자는 "경기 전에 버스로 가서 쉬는 선수들이 많다. 그런데 한국시리즈라 밖에 사람이 너무 많다 보니 버스까지 이동하는 것도 고역이다. 웨이트장 바닥에 수건을 깔아놓고 자는 선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추운 날씨에 차디찬 웨이트장에서 쪽잠이라니. 이게 700만 관중 시대에 걸맞은 한국시리즈일까.

비좁은 3루 덕아웃 뒤 복도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는 SK 선수들. 지난 2008년 한국시리즈 때 모습이다. 이번엔 1루 쪽 덕아웃을 써 휴식공간이 더욱 부족했다. 스포츠조선DB

난로 하나 마음대로 못 때는 불편한 진실

이뿐만이 아니다. 양팀은 구장 내 응원물 부착 등 사소한 일에도 애로사항이 많다. 홈팀이 없기에 어떤 일도 한 번에 진행되는 법이 없다. 여러 사람을 거쳐야 하고, 서로 책임소재를 미루는 일도 다반사다.

평소라면 엄연히 홈팀이 존재하기에 원정팀은 양해만 구하면 된다. 일종의 '업무협조'라고 볼 수 있다. 가끔씩 잠실경기에 방문하는 원정팀의 'VIP 의전' 역시 홈팀이 도와줘야만 가능한 일. 주차부터 이동 동선, 그리고 경기관람 후 돌아가는 길까지 모두 홈팀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중립경기 땐 그 주체가 사라진다. 두산과 LG는 협조할 필요가 없다. 자격도 없다. 대회요강 제39조 '한국시리즈 운영관리'를 보면, KBO가 한국시리즈를 주관하고 구장관리는 본거지구단이 한다고 돼 있다.

본거지구단?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한다. 구장관리는 원활한 경기 운영을 위해선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잠실 중립경기에선 본거지구단이 없다. 관례상 잠실구장 측에서 평상시처럼 관리하지만, 홈팀 만큼 협조가 잘 될 리 없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빚은 촌극 하나. 잠실에서 경기가 열린 5차전과 6차전 땐 기온이 4~6도까지 급격히 떨어졌다. 체감온도는 영하였다. 덕아웃엔 당연히 난로가 필요했다. 정규시즌 막판에도 등장하는 난로. 하지만 준비돼 있을 리 없었다. 5차전 때 선수들의 훈련이 시작된 뒤에야 삼성과 SK 모두 직원들이 직접 창고에서 난로를 꺼내왔다.

여기까지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한창 불을 때니 기름이 부족했다. 당연히(?) 기름은 준비가 안 돼 있었다. 구해오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게 불보듯 뻔한 일. 결국 SK는 구단 직원이 직접 밖에서 기름을 공수해왔다. 마음대로 난로도 못 때우는 '불편한 진실'이다.

그런데 두산과 LG 역시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시즌이 끝났다고 직원들이 출근을 안하는 것도 아니다. 안방에서 남들이 잔치를 여는데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양팀 관계자들 역시 "프로야구 인기가 이만큼 올라갔는데 굳이 잠실에서 중립경기를 해야 하나?"라고 입을 모은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2012 팔도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과 SK의 경기가 3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SK가 1-2로 끌려가는 8회초 덕아웃의 SK선수들이 착찹한 표정으로 경기를 보고 있다.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2.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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