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 연속 통합 우승한 삼성은 2010년대 국내야구를 지배하고 싶어한다. 과거 프로야구 초창기 해태(현 KIA) 처럼 왕조를 만들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최근 삼성 구단 분위기는 FA(자유계약선수) 영입을 강건너 불구경하는 듯 보인다. 거금을 들여 선수 영입에 투자하는 대신 신인 선수를 뽑아 키우는 '팜 시스템'으로 나가겠다는 것이다.
삼성은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심정수 박진만 박종호 등 굵직한 FA 영입을 주도해왔다. 그 바람에 일부 팬들은 삼성을 '돈성'이라고까지 부르며 비꼬았다.
당시 삼성은 2002년 한국시리즈 첫 우승으로 한을 풀었다. 또 2005년과 2006년 2년 연속으로 통합우승을 이뤘다.
이후 삼성은 지난해 다시 우승까지 5년의 시간이 걸렸다. 삼성은 그 기간 동안 팀 체질 개선에 나섰다. 가장 큰 변화는 리빌딩을 FA 영입이 아닌 자체 시스템을 통한 선수 육성으로 하는 것이었다. 최형우 박석민 김상수 안지만 오승환 등이 그렇게 발굴 성장했다.
삼성은 지난해와 올해 2연패로 부쩍 자신감이 붙었다. FA 영입의 실패 위험에 부담을 갖고 있다. 대신 실패 부담도 있지만 성공하면 높은 평가를 받는 선수 육성 쪽으로 무게를 싣고 있다.
삼성이 잡은 이런 큰 줄기는 맞다. 하지만 FA 선수 영입을 아주 멀리해서는 안 된다.
삼성은 한국야구를 이끄는 리딩 구단이다. 삼성이 FA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경우 국내 야구 시장은 생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른 구단들이 삼성의 방식을 따라하기 십상이다. 그렇게 되면 FA 시장이 파리가 날리게 되면서 큰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 FA가 나와도 타 구단으로 이적하는 게 아니라 원래 구단에 눌러 앉게 된다. 시간이 지나도 팀들은 '그 나물에 그 밥'이 되고 만다.
삼성이 생각하는 왕조 건설의 꿈이 실현될 수는 있다. 하지만 국내야구는 성장하지 않을 것이다. 순위가 고착화되고 팬들은 야구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동안 FA 실패 사례가 많아 회의적일 수 있다. 하지만 FA를 잘만 활용하면 팀의 체질 개선과 동시에 팀 성적도 끌어올릴 수 있다. 또 팬 확보에도 FA가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팜 시스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삼성의 오승환 같은 특급 마무리는 자주 나오지 않는다. 50년 만에 한 명 나오기도 어렵다. 제2의 오승환이 발굴되기를 바랄 수는 있지만 시간이 걸린다. 팜에서 좋은 선수를 키우는 것과 동시에 FA 시장에서 팀 성적을 내줄 선수를 영입해야 한다. 그래야만 항상 좋은 성적과 리빌딩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삼성 구단 보다 훨씬 오랜 기간 동안 명문 구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뉴욕 양키스(미국)와 요미우리 자이언츠(일본)는 매년 FA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들이 팜 시스템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FA 영입을 통해 기존 선수들에게 항상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또 미래를 보고 팜 시스템을 운영한다. 그렇게 해서 지금의 왕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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