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대사도 없었던 늑대소년이 제임스 본드를 이긴 이유는?

by 정해욱 기자
Advertisement

늑대소년의 완승이다. 그 유명한 제임스 본드도 늑대소년 앞에선 기를 펴지 못했다.

Advertisement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늑대소년'은 지난 3일 하루 동안 41만 9024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박스오피스 1위 자리도 '늑대소년'의 몫이었다. 반면 '007 스카이폴'은 18만 5859명을 불러모으는 데 그쳤다.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지만, '늑대소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관객수다.

'5일 천하'였다. 지난달 26일 개봉하면서 기세를 올렸던 '007 스카이폴'은 31일 '늑대소년'이 개봉하면서 바로 1위 자리를 내줬다. 차이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한국영화의 강세 속에 '007 스카이폴'이 흥행몰이를 하면서 할리우드 영화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킬 것이란 예측도 있었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Advertisement

'늑대소년'이 1억 5000만 달러(약 1600억)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007 스카이폴'에 완승을 거둔 이유가 뭘까?

'늑대소년'은 20대의 젊은 두 배우를 내세운 영화다. 송중기와 박보영이다. 사실 두 사람의 캐스팅엔 '불안 요소'가 있었다. 잘생긴 꽃미남 배우인 송중기가 으르렁거리는 늑대소년을 연기한다는 점과 소녀와 같은 이미지의 박보영이 성숙한 내면 연기를 해야 한다는 점이 그랬다.

Advertisement

하지만 이런 점이 오히려 이 영화의 강점으로 작용했다. 송중기는 대사 몇 마디 없는 늑대소년 역을 비교적 잘 소화해냈다. 여기엔 마임을 배우고 동물원에서 늑대의 습성을 관찰하는 등의 노력이 숨어 있었다. 송중기가 '누님팬'들의 모성애를 자극했던 것 역시 결정적이었다. 나이는 송중기보다 한 살 어리지만, 가수 보아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그런 늑대소년이라면 10명이라고 키우겠어. 대박이네. 기다려"라며 애정을 나타냈다. 송중기가 드라마 '착한 남자'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덕분에 영화가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도 호재였다.

송중기의 파트너인 박보영은 안정적인 연기로 영화 전체를 끌고 나갔다. 소녀 같은 이미지는 영화 속 순수한 감성을 표현해내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됐다. 박보영은 이 영화를 통해 배우로서 한 단계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dvertisement

'늑대소년'이 동화와 같은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는 것도 흥행의 한 가지 이유다. 올해는 사회적 이슈를 다룬 영화들이 유독 눈에 띄는 한 해였다. 그런 가운데 '늑대소년'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이 됐다. 어둡고 무겁기만 한 이야기에 싫증이 난 관객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됐던 것. 순수하면서도 슬픈 '늑대소년'의 동화가 성인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특히 여성 관객들의 반응이 뜨겁다. 영화 예매 사이트 맥스무비에 따르면 이 영화의 성별 예매율은 여성이 64%, 남성이 36%로 여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한편 '늑대소년'은 토론토국제영화제, 벤쿠버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되면서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