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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자 3초룰 폐지, 누가 이득보고 누가 손해봤나

by 이명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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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랑 모비스가 수비자 3초룰 폐지로 제일 피해보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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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강동희 감독의 한숨이다. 동부는 지난 시즌만 해도 정규리그 최다승(44승) 기록을 쓸 정도로 적수가 없는 '최강자'였다. 윤호영-김주성-로드 벤슨의 트리플포스트는 '동부 산성'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막강했다. 두 시즌 연속 최소 실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시즌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평균 77.3실점으로 KT(78.4점)에 이어 최다 실점 2위를 달리고 있다. 윤호영의 군입대와 벤슨이 외국인선수 제도 변경으로 팀을 떠나긴 했지만, 추락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1라운드 중반까지 1승5패로 바닥을 쳤고, 6일 현재는 4승7패로 KT와 함께 공동 7위에 머물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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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모비스, 수비자 3초룰 폐지의 최대 희생양

강 감독의 말대로 문제는 '수비자 3초룰 폐지'다. 바뀐 룰에 치명상을 입은 것이다. 지난 시즌까지 동부는 세 명의 포스트요원들이 페인트존 안에서 활발히 로테이션하며 상대를 강하게 압박했다. '질식 수비'란 말을 들을 정도로 상대 입장에선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게다가 윤호영의 외곽포 능력이 향상되면서 공격마저도 쉽게 풀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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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수비자 3초룰이 폐지되면서 공수 모두에서 타격을 입었다. 새로 영입한 이승준이 골밑에서 버티고는 있지만, 원래 수비력이 좋은 선수가 아니다. 김주성과 엇박자도 심했다. 수비에서 높이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면, 공격에선 상대의 활발한 도움 수비에 막혀 활로를 찾지 못했다. 골밑으로 이중삼중으로 달려드는 통에 볼을 빼 외곽포를 노려야 했지만, 한 방을 터뜨려줄 슈터도 없었다. 가드진 붕괴는 상대에게 잇달아 외곽포를 얻어 맞는 등 수비에서도 큰 문제였다.

그래도 외국인선수 트레이드를 통해 외곽 능력을 갖춘 줄리안 센슬리를 데려오고, 부상으로 이탈해있던 가드 박지현과 이광재가 차례로 돌아오면서 이제야 제대로 된 라인업을 꾸리게 됐다. 바뀐 시스템에 뒤늦게 적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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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안양 KGC와 울산 모비스의 경기가 2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펼쳐졌다. 함지훈이 키브웰과 김민욱의 수비에 막혀 패스를 시도하고 있다.안양=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11.02/

모비스 역시 수비자 3초룰 폐지의 희생양이었다. 시즌 전 '판타스틱4'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했지만, 6일 현재 6승4패라는 기대를 밑도는 성적을 보이고 있다. 일단 포스트업에 능한 함지훈의 활동반경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함지훈이 볼을 잡고 밀고 들어가면, 상대 수비가 겹겹이 붙는다. 함지훈의 운동 신경으론 당해낼 수 없다.

수비에서도 큰 이득을 보지 못했다. 문태영 역시 이승준과 마찬가지로 수비력이 뛰어나지 않다. 적극적인 도움 수비를 펼치기엔 '2%' 부족한 게 사실. 게다가 함지훈과 함께 골밑에서 호흡을 맞출 외국인선수 조합도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기록 자체도 국내 선수에 미치지 못했고, 무엇보다 현재 모비스에 필요한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유재학 감독은 "수비자 3초룰 폐지로 미들슛 능력이 있는 외국인선수가 필요한데 우리 팀은 두 명 모두 그렇지 못하다"면서 아쉬워했다. 모비스는 현재 커티스 위더스(28, 1m97)의 가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위더스는 신장은 작아도 외곽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SK-전자랜드, 이유 있는 고공 비행

6일 현재 순위표 맨 위를 차지하고 있는 팀은 SK다. 8승2패로 승률 8할이다. 모두의 예상을 깬 결과. 매년 '올해는 다르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출발이 좋았지만, 어느새 순위표는 아래로 떨어지는 게 SK의 패턴이었다. 마치 프로야구의 LG처럼 '모래알' 조직력의 스타군단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올시즌엔 정말 달라진 모습이다.

기본적으로 '1가드-4포워드' 시스템이 완벽히 자리를 잡았다. 현재 SK 선수들의 활용도를 극대화 시킨 시스템이다. 상대를 혼란시키기에 안성맞춤이다. 극단적인 포워드 농구로 수비자 3초룰 폐지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문경은 감독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3번 빅포워드가 없어 변칙수비를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키 큰 선수가 헬퍼로 가게 되고, 상대의 슛이 실패하게 되면 도움 수비 때문에 리바운드를 뺏기고 세컨 슛을 주는 일이 많았다"고 밝혔다. 수비를 잘 해놓고도 효과는 보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수비 로테이션이 많다 보니 선수들의 체력 소모도 엄청났다.

2일 오후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2012-13 프로농구 KCC와 SK의 경기가 열렸다. SK 최부경(가운데)이 박상오와 KCC 노승준 사이에서 루즈볼을 따내고 있다.잠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2.11.02.

하지만 이젠 내외곽을 오가는 포워드 4명이 있다. 도움 수비를 가더라도 리바운드 포지션에 또다른 선수가 있다. 문 감독은 "동부의 질식 수비 만큼은 아니지만, 이제 도움 수비를 해도 공이 림에서 튀어 나왔을 때 김민수나 최부경 등 누군가 한 명은 꼭 골밑에 있더라"며 웃었다. 수비자 3초룰을 비웃는 폭발적인 공격력을 기본으로, 리바운드와 수비 문제까지 해결한 것.

신장이 비슷한 포워드 4명이 뛰니 미스매치가 나도 바꾸면 그만이다. 지난 시즌까지 동부가 3명의 빅맨을 이용했다면, SK는 4명으로 한 명 더 늘렸다. 포인트가드로 변신한 김선형이 게임 리딩은 약해도 스피드가 있기에 단점을 감추고 장점을 살리기에도 좋은 전술이다.

7승2패로 2위에 올라있는 전자랜드 역시 수비자 3초룰 폐지로 웃은 케이스. 시즌 전만 해도 높이가 가장 큰 약점이 될 것으로 보였지만, SK와 마찬가지로 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디안젤로 카스트로(2m)와 리카르도 포웰(1m97)의 외국인선수 조합은 신장부터가 상대를 압도하지 못한다. 하지만 빅맨이 아니지만, 활발하게 내외곽을 오가는 포웰의 운동 능력이 통하고 있다.

포웰은 전자랜드의 확실한 에이스 문태종과 함께 쌍포를 구축했다. 전자랜드와 맞붙는 상대팀 입장에선 변화무쌍한 전자랜드의 공격에 혼이 쏙 빠질 수 밖에 없다. 상대 외국인선수에 밀리지 않을 백업 센터 주태수를 비롯해 이현호 차바위의 수비 또한 굳건하다.

수비자 3초룰 폐지로 공수에서 활약해야 할 3번 슈터의 능력이 중요해졌다. SK와 전자랜드가 '대세'가 된 비밀 역시 여기 있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21일 오후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2012-2013 프로농구 창원 LG와 인천 전자랜드의 경기가 열렸다. LG 벤슨(가운데)이 전자랜드 차바위(왼쪽)와 문태종 사이에서 루즈볼을 다투고 있다.인천=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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