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인생에서 최근까지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어 본 적이 없다. 그의 축구는 오른쪽 끝, 수비진영 풀백에서 시작됐고 지난 10월 초까지도 그랬다.
최근 색다른 축구 맛을 봤다. 풀백이 아닌 수비형 미드필드 자리에 제대로 맛들였다.
전남 유스출신의 신인 박선용(23)이 프로데뷔 시즌에 전남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 올랐다. 하석주 전남 감독이 필요성을 역설하던 '미친 선수'. 말 그대로 요새 미친 존재감을 선보이고 있다.
박선용은 지난 28일 성남과의 K-리그 37라운드에서 프로 데뷔골을 터트렸다. 이현승이 낮고 강하게 깔아차준 코너킥을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그대로 차 넣었다. 완벽한 작전으로 이뤄진 세트피스인듯 했지만 이는 전혀 준비되지 않았던 시나리오. 얼떨떨했다. 박선용은 "그냥 찼는데 들어갔다"고 했다.
1주일 뒤 열린 K-리그 39라운드 대구전. 오른발 중거리 슈팅이 또 빛을 발휘했다. 이 경기의 유일한 골이었다. 전남은 박선용의 2경기 연속골 활약에 힘입어 8월 26일 강원전(4대3 승) 승리 이후 70일만에 승리를 맛봤다.
시즌 개막전에 깜짝 선발 출전한 박선용은 30경기 동안 이름을 알리지 못했다. 31~32번째 출전은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경기가 됐다. 기쁨도 두 배 였다. "데뷔골 때는 팀이 무승부(2대2)를 기록해 기분이 많이 좋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내 골로 팀이 이겨서 정말 기쁘다."
수비수였던 박선용이 연속골을 넣은 것은 포지션 변경과 관계가 있다. 하 감독은 부임 이후 부실한 수비진의 조직력을 대거 손질했다. 역발상이었다. 문제는 수비진이 아닌 미드필더였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포백 라인과 혐업 수비가 안되고 라인간 거리가 멀어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다는 판단이었다. 한 참 수비 조직력을 끌어올릴 즈음, 수비형 미드필더 양준아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하 감독은 발이 빠르고 활동량이 많은 박선용의 포지션 변화를 꾀했다. K-리그 36라운드 인천전에 그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격 기용했다. 무실점 수비를 이끌었다. 37라운드 성남전은 U-리그 시절 심심찮게 뽑아내던 중거리 슈팅 능력까지 새롭게 확인한 경기가 됐다. 하 감독은 이후 "마음껏 중거리 슈팅을 시도해라"며 힘을 실어줬다. 그 결실이 대구전 결승골이다.
처음에는 수비형 미드필드 자리가 어색했다. 그러나 골맛을 본 지금, 그는 수비형 미드필드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박선용은 "수비형 미드필드로 포백 수비진 앞에서 1차 방어를 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동안 해왔던 축구와 다른 시선으로 경기를 하게 됐다"면서 "활동량이 더 많아져 정말 죽을 것 같지만 경기에 나서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도전이 쉽지만은 않다. 경기 동영상을 보며 축구를 새로 배우고 있다. 그는 "최근 기성용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를 많이 보고 있다. 이것 저것 따라해보고 있는데 내가 부족한 볼 키핑 능력이 정말 대단하다. 괜히 국가대표가 아니구나 싶었다. 더 열심히 뛰어야 겠다"며 "수비형 미드필더로 더 성장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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