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회가 아주 새롭네요. 설레기도 하고요."
북반구에 있는 한국과 남반구의 호주는 서로 계절이 반대다. 우리가 겨울이면 호주는 한여름, 우리가 여름일 때 호주는 추위에 떤다. 그런 '상대성'의 영향 때문일까. 국내에서는 이미 은퇴한 구대성은 남반구 호주에서는 여전히 현역, 그것도 '톱클래스 선수'로 맹활약하고 있다. 그런 구대성이 2년 여만에 다시 부산 사직구장을 찾았다. 아시아시리즈에 참가한 호주 대표팀, '퍼스 히트'의 객원선수로 함께 온 것이다.
경기가 열리기 전 퍼스 히트 덕아웃에서 구대성을 아주 오랜만에 만났다. 2010년 9월 3일 대전 삼성에 치러진 그의 은퇴경기 및 은퇴식 이후 처음이니 2년 2개월 여 만이다. 당시 한화 소속이던 구대성은 그의 은퇴식을 기념하기 위해 특수 제작된 유니폼을 후배들과 함께 입고, 은퇴 경기를 치러냈다. 은퇴 경기인 만큼 이날 구대성은 선발로 나왔다. 그리고 1회초 첫 상대인 조동찬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이게 한국 프로야구에서 구대성의 마지막 공식 기록이다.
당시 구대성의 나이는 만 41세. '은퇴'라는 단어가 전혀 이상하지 않은 시기다. 부상 등으로 인해 구위도 이전에 비해 상당히 많이 떨어진 시기였다. 하지만, '은퇴'를 기뻐할 선수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구대성역시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은퇴의 소감을 밝혔었다.
그 아쉬움을 털어내기 위해 대부분은 새로운 분야, 이를테면 '코치'나 혹은 '해설가'에 도전하는데 구대성의 선택은 남과 같지 않았다. 그는 과감히 '현역 연장'의 길을 택했다. 그리고 당시 새롭게 프로리그가 출범하는 호주로 건너가 다시 마운드에 섰다. 구대성은 시드니 블루삭스 소속의 마무리 투수로서 리그 초대 구원왕에 오른 데 이어 2년 연속 구원왕을 차지하며 '대성불패'의 명성을 호주에서도 날리고 있다.
여전히 구대성의 소속은 시드니 블루삭스다. 그러나 호주 대표격인 퍼스 히트가 전력 보강을 위해 구대성의 합류를 요청했고, 호주 야구리그(ABL)이 이를 수락해 임시 트레이드 형식으로 함께 한국에 오게 된 것. 일종의 '용병'개념으로 보면 된다.
8일 롯데와의 경기를 앞두고 사직구장에 온 구대성은 이러한 여러 우여곡절에 관한 대화를 나누며 매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은퇴를 아쉬워하던 2년 전의 그가 아니었다. 구대성은 특유의 여유있는 표정으로 "구속은 135㎞밖에 안나오지만, 이리저리 꼬아서 던지니까 통하대요"라며 호주에서의 성공비결을 밝혔다. 노련미는 어디에서든 유용했던 것이다.
사직구장에 다시 서는 감회도 털어놨다. 구대성은 "2010년에 마지막으로 와봤으니까 2년이 넘었네요. 오늘 관중들은 많이 오시려나?"라며 관중석을 흘낏거렸다. 지난 2010년 4월 9일 롯데전이 구대성의 마지막 사직구장 등판 기록이다. 이날 구대성은 3-8로 뒤지던 4회말 1사 1, 3루 때 한화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첫 상대인 롯데 외국인 타자 가르시아에게 중월 3점홈런을 맞았다. 결국 1⅔이닝 3안타(1홈런) 1실점(1자책)이 최종기록. 별로 유쾌한 기억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구대성은 유니폼을 입고 '현역'자격으로 다시 사직구장에 왔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만족스러운 듯 했다.
이날 구대성은 등판을 준비하고 있었다. 퍼스 히트의 피쉬 감독이 자신에게 매 경기 등판을 약속했다고 했다. 구대성은 "짧게 1이닝 정도 던지게 될 것"이라고 했지만, 경기 상황이 여의치 않았는지 결국 피쉬 감독이 구대성을 부르지 않아 2년 7개월만의 롯데전 재등판은 무산되고 말았다. 그래도 구대성은 경기 후 절친한 홍성흔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이동하며 고국에 돌아온 기분을 만끽했다.
부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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