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공략 대상은 정해졌고, 계약성공의 전술을 짜야 한다.
그 몫은 류현진으로부터 협상권을 위임받은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에게 달렸다.
세계 프로야구계에서 유명 에이전트로 알려진 그는 협상 대상이 LA 다저스로 밝혀지자 본격적인 신경전에 돌입했다.
류현진은 이번에 포스팅 금액으로 2573만7737달러33센트(약 280억원)를 제시받았다. 미국 메이저리그 역사상 역대 4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국내 야구계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던 대박이나 다름없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하지만 보라스는 이같은 거액의 포스팅 평가에 대해 우선 거리를 뒀다.
보라스는 11일(한국시각) LA 타임스 등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 30일간 전개될 단독 협상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보라스는 "류현진이 만약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었더라면 포스팅 금액은 훨씬 컸을 것이다"면서 "상대적으로 미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었다는 이유로 일부 팀으로부터 과소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국내 야구팬들에게는 다소 자존심이 상하게 하는 발언이지만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시각에서도 볼 때 그럴수도 있는 대목이다. 사실 류현진은 역대 4번째의 높은 포스팅 금액을 받았지만 한국 프로야구에서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미국에 진출하는 것은 최초다. 그만큼 성공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류현진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할 수 있다.
협상의 귀재로 유명한 보라스가 '류현진 과소평가'를 언급한 것은 다저스가 앞으로 협상에 임할 때 류현진이 상대적인 변방 한국 출신이라는 점 등을 들어 연봉을 덜 주려는 생각을 갖지 못하도록 사전 차단에 나선 것이다.
보라스의 이같은 의도는 "류현진이 당장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것과 FA(자유계약선수)가 될 때를 기다리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나을까? 류현진의 경력에 대한 계획을 전략적으로 짜야 한다"고 말한 대목에서도 잘 나타난다. 그동안 그렇게 난리를 피워가며 미국 진출의 길을 열어놓고 난데없이 FA가 될 때를 기다릴 수 있다니?
올해 7시즌을 채운 류현진이 2시즌을 더 채운 뒤 FA 자격을 얻어 포스팅 금액 부담없이 당당하게 평가받아 진출한다는 시나리오는 류현진 본인은 물론 대다수 야구팬들이 반대했던 것이다. 한화 구단도 류현진을 더 붙잡고 싶었지만 이같은 주변 여론 때문에 감히 내색을 못했다.
보라스는 이번에 나온 포스팅 금액이 국내 여론에서 '대박'이니, 천문학적이니 등의 평가를 받는 것을 경계한다. 다저스가 이 사실을 깊이 의식하게 되면 '포스팅에서는 한국 야구가 깜짝 놀라 자빠질 정도로 예우를 해줬고, 류현진과 한국야구의 자존심을 세워줬으니 연봉 협상에서는 양보를 하라'고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류현진 FA 대기' 발언은 다저스의 이같은 의도를 경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메이저리그 진출에 목을 매단 인상을 풍길 게 아니라 여차하면(연봉 협상에서 성에 차지 않으면) FA 자격획득 이후까지 포기할 수 있다는 뜻을 흘림으로써 다저스의 애간장을 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밀고 당기기인 것이다.
이어 보라스는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제3선발급이다", "존 레스터(보스터 레드삭스), 마크 벌리(마이애미 말린스)와 비교할 만한 빼어난 좌완이다", "당장 빅리그에서 던질 수 있다. 육성 프로젝트가 아니다" 등의 표현으로 류현진 띄우기에 열을 올렸다.
다른 메이저리그 에이전트와 스카우트들의 평가와 달리 류현진을 3선발급까지 격상시키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 것 역시 다저스의 돈보따리를 조금이라도 더 열게 하기 위한 전략이다.
보라스의 협상 솜씨가 이번에도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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